"정전협정 따라 수립된 메카니즘으로 소통" 핑크폰 거론한듯…"킹 안위가 최우선"
"DMZ 견학 승인받은 정황 조사…JSA 공개, 교육과 위험 사이 균형 필요"
"어떤 식으로 사건 종결될지 예측 못해…개인적으로는 긍정적 전망"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유엔군사령부(UNC)가 월북한 주한미군 트래비스 킹(23)의 신병과 관련,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북한과 대화를 시작했다고 24일 공식 확인했다.
그동안 미국 당국의 접촉 시도에 북한이 무응답으로 일관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양측간 소통이 이뤄진 사실이 유엔사를 통해 확인됨에 따라 송환 협상의 본격적 진전 여부가 주목된다.
로이터, AFP, AP 통신 등에 따르면 앤드루 해리슨 UNC 부사령관은 이날 정전협정 70주년을 앞두고 외신을 대상으로 진행한 브리핑에서 "정전 협정에 의거해 수립된 메카니즘을 통해 북한군과 대화를 개시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해당 프로세스가 정전협정에 의거, 공동경비구역에 설치된 소통 라인을 통해 시작됐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이는 JSA 판문점 남측지역 내 UNC 일직 장교 사무실에 놓인 연분홍색 전화기, 일명 '핑크폰'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해리슨 부사령관은 지난 22일 영국 일간 더타임스 인터뷰에서도 이 핑크폰으로 북한군에 메시지가 전달됐다고 밝힌 바 있다.
핑크폰은 북측 판문각에 놓인 전화기와 직통으로 연결되며, 양측은 통상 오전 업무개시 때와 오후 업무마감 때 등 하루 두 차례 전화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점검하려고 핑크폰을 쓰는 것으로 전해진다.
해리슨 부사령관은 킹 이등병의 월북 사건을 놓고 "조사를 해봐야 한다"며 "우리의 최우선 고려 사항은 그의 안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협상은 매우 민감하다"며 더 자세한 정보는 공개할 수 없다고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협상 전망과 관련해서는 "어떤 식으로 사건이 종결될지 예측할 수 없다"며 "개인적으로는 긍정적으로는 보고 있지만, 그 이상 말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을 이해해달라"고 덧붙였다.
해리슨 부사령관은 킹 이등병이 구금 등 형사처벌과 같은 "각종 전록"에도 불구하고 비무장지대(DMZ) 지역을 견학하는 것을 승인받은 것과 관련해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언급했다.
또 현재 JSA 견학은 중단된 상태로, 앞으로 DMZ 지역을 일반에 공개하는 것과 관련해 교육적 가치와 위험 요소 사이에서 "지속적인 균형"을 고려할 것이라고 해리슨 부사령관은 덧붙였다.
한국에서 폭행 등으로 두 달 가까이 구금됐던 킹은 지난 17일 추가 징계를 받기 위해 미국 텍사스주로 갈 예정이었지만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지 않고 달아난 뒤 다음 날 JSA 견학에 참여하던 중 무단으로 월북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킹이 고의로 월북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미 온라인 매체 '더메신저(the Messenger)'는 자체 확보한 미군 내부 문서를 인용, 킹이 지난해 법적 체포와 징계가 이뤄졌을 때 지휘관들에게 소속 부대나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말했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킹 이등병은 작년 9월 마포구 홍익대 인근 한 클럽에서 술을 마시다가 시비가 붙은 한국인의 얼굴을 여러 차례 주먹으로 때린 혐의(폭행)로 기소됐다.
작년 10월에는 서울 마포구에서 폭행 사건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순찰차 뒷좌석의 문을 여러 차례 걷어차 망가뜨린 혐의로도 재판에 넘겨져 올해 초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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