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군 총사령관 전 특별보좌관, 美언론서 주장
광범위한 지역 무차별 살상…민간인 피해 논란은 이어질 듯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러시아에 빼앗긴 영토를 되찾기 위한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이 더디게 진행되는 가운데 최근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집속탄이 전세를 바꿀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우크라이나 측 전문가의 분석이 나왔다.
23일(현지시간)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 따르면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의 특별 보좌관을 지낸 다니엘 라이스는 "지난 며칠 '이중목적 개량 고폭탄'(DPICM)이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이 매체에 밝혔다.
DPICM은 지상에서 발사된 뒤 공중에서 내려오다가 소형 폭탄(자탄)들을 퍼뜨려 적의 전차나 장갑차를 파괴하는 집속탄을 말한다.
라이스는 앞으로 몇주 동안 DPICM이 과거 우크라이나에 지원됐던 고성능 폭탄(HE)을 대체할 것이라며 러시아군 사상자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DPICM이 장갑차에도 효과적인 무기라며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 모두 집속탄을 고려해 전술을 바꿀 것 같다고 전망했다.
전날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의 한 마을에서 러시아 국영 통신 리아노보스티의 전쟁 특파원인 로스티슬라프 주라블레프가 집속탄 폭발로 다친 뒤 후송 과정에서 숨졌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가 이달 중순 미국이 지원한 집속탄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전투에서 얼마나 큰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파악되지는 않고 있다.
다만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지난 20일 집속탄과 관련해 "그들(우크라이나)은 매우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우크라이나가 집속탄을 사용해 전장에서 일정 부분 성과를 냈음을 짐작하게 하는 발언이다.
앞서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 육군 총사령관은 지난 13일 CNN 방송 인터뷰에서 집속탄이 전장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우크라이나군은 그동안 대반격에 서방이 지원한 전차와 장갑차들을 투입했지만, 보병들의 전진 속도가 예상보다 느리고 인명피해도 컸다.
러시아가 광범위하게 만든 참호와 지뢰밭, 대전차 장애물을 넘어야 하고 러시아군 헬기와 드론(무인기) 공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가 공군력 보강을 위해 서방에 요청한 F-16 전투기는 전달받으려면 적어도 몇 달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집속탄이 우크라이나군의 전력 손실을 줄이면서 견고한 러시아군의 방어선을 뚫고 효과적으로 타격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집속탄이 민간인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집속탄은 정밀 타격보다는 광범위한 지역을 노리는 까닭에 민간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고 불발탄이 땅에 남아있다가 지뢰처럼 민간인을 살상할 위험도 있다.
이 때문에 국제적으로 집속탄금지협약에 120여개국이 서명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집속탄 지원에 대해 "어려운 결정이었다"며 집속탄 지원은 미국이 155mm 곡사포용 포탄을 충분히 생산할 때까지 과도기에만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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