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당 배제에 '불공정' 논란 확산…미 국무부 "일부 지원 중단하고 비자 제한"
장남 훈 마넷도 국회 입성…권력 대물림 속도 낼 듯
(하노이=연합뉴스) 김범수 특파원 = 올해로 38년째 장기집권 중인 훈센(70) 총리가 이끄는 집권 캄보디아인민당(CPP)이 23일(현지시간) 실시된 총선에서 압승해 일당 지배 체제를 유지하게 됐다.
24일 외신과 일간 크메르타임스 등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CPP의 속 이산 대변인은 "전체 의석 125개 중 120개를 차지했다"면서 "우리는 압승했으며 계속해서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선거관리위원회는 개표를 진행중이라면서 결과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았다.
나머지 5석은 친정부 성향의 정당인 푼신펙(FUNCINPEC)이 가져갔다.
이번 총선에서 CPP가 승리하면서 훈센은 5년간 집권 연장이 가능해졌다. 캄보디아 총리는 국왕이 국회 제1당의 추천을 받아 지명한다.
이번 총선에는 CPP를 비롯해 총 18개 정당 소속 후보들이 총 24개 선거구에서 정당별 득표수에 따라 의석이 배분되는 지역별 비례대표제 방식에 따라 전체 의석 125석을 놓고 출사표를 던졌다.
하지만 훈센 정권에 도전장을 낸 전 캄보디아구국당(CNRP) 출신 인사들이 만든 촛불당(CP)은 총선 참여 자격이 박탈돼 사실상 CPP의 독무대가 됐다.
이에 훈센의 정치적 반대파를 비롯해 국제 사회는 선거의 공정성을 문제 삼으면서 논란이 확산했다.
프랑스로 망명한 삼 랭시 전 CNRP 대표를 비롯한 훈센 반대 세력은 CP 소속 후보들의 출마가 좌절되자 이번 총선을 "가짜 선거"라고 비난하면서 투표 불참을 독려해왔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이번 선거가 공정하지 않다면서 투표 참관인을 캄보디아에 보내지 않았다.
미 국무부는 투표 결과 집권 CPP가 압승한 것으로 알려지자 이번 선거에 대해 "자유롭거나 공정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캄보디아에 대한 일부 지원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민주주의를 훼손한 사람들에 대해 비자를 발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매튜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선거에 앞서 캄보디아 당국은 정치적 반대파와 언론, 시민 사회를 위협하고 압력을 가했다"고 말했다.
'인권을 위한 동남아국가연합 의원들'(APHR) 소속인 에바 쿠수마 순다리는 "국제 사회는 이번 선거를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이번 선거의 유권자는 971만655명이며 이중 84.2%에 해당하는 817만7천53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이번 선거의 투표율은 5년 전 총선(83.0%)에 비하면 1.2% 포인트 가량 높은 수치다.
한편 훈센은 투표 불참을 유도한 반대파 활동가들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캄보디아 경찰은 텔레그램을 통해 선거를 방해한 혐의로 27명을 수배했다.
훈센은 1985년 총리에 취임한 뒤 38년간 캄보디아를 통치해왔다.
훈센 정권은 2017년 11월에 당시 전체 의석 125석 가운데 55석을 가진 CNRP를 반역 혐의를 적용해 강제 해산했다.
CPP는 이듬해 총선에서 전체 의석 125석을 싹쓸이해 일당 지배 체제를 구축했다.
훈센 정권이 총선에서 압승하면서 부자간 권력 세습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캄보디아군 부사령관이자 육군 대장인 훈 마넷은 올해 45살로 CPP 중앙위원회 상임위원을 맡고 있으며 이번 총선에서 프놈펜의 선거구에 출마해 당선됐다.
그는 2021년 12월 2일 부친인 훈센 총리에 의해 후계자로 지명됐다. 같은 달 24일 CPP도 그를 '미래의 총리 후보'로 지명하면서 후계자로 확정됐다.
bum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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