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시 "지진 데이터 공격당해"…관영지 "미국이 배후라는 증거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미국 정부기관 이메일이 중국 해커의 공격을 받았다는 미국의 발표로 미중 갈등의 또 다른 불씨가 생긴 가운데, 중국 당국이 미국발 사이버 공격을 자국 기관이 당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으며 맞불을 놨다.
26일 베이징일보 등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후베이성 우한시 응급관리국은 이날 "최근 우한시 지진모니터링센터의 일부 지진 속보 데이터 네트워크 설비에 대한 외국 조직의 공격이 발견됐다는 통보를 국가컴퓨터바이러스응급처리센터와 보안업체 치후360에서 받았다"고 밝혔다.
우한시 응급관리국은 이어 "즉시 관련 네트워크 설비를 봉쇄하고 공격 상황을 관할 공안기관(경찰)에 알렸다"며 "막후에 있는 해킹 조직과 불법 세력의 공격 행위를 법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가컴퓨터바이러스응급처리센터 등은 외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해커 조직과 불법 세력이 이번 공격을 일으킨 것으로 파악했으며, 확보된 1차 증거에 따르면 지진모니터링센터 공격은 미국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관영 환구시보는 전했다.
환구시보는 "진도(震度) 데이터는 지진의 파괴력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로 군사 방어시설도 이를 고려해야 한다"며 "국가 안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전문가 의견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 신문은 국가컴퓨터바이러스응급처리센터와 치후360이 작년 6월 시베이공대(西北工大) 해킹 피해 사건의 배후가 미국 국가안보국(NSA) 내부의 해킹 조직 특수접근작전실(TAO)이라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고 전했다.
환구시보는 "치후360의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NSA는 최소 100곳 이상의 중국 중요 정보 시스템을 공격했고, '인증기'라는 이름의 트로이목마가 시스템 안에서 작동했다"며 "중국 외에 다른 나라의 중요한 정보 인프라 내부에서도 인증기가 운영되고 있고, 그 수는 중국을 뛰어넘는다"고 주장했다.
앞서 미국 정부는 중국 해커들이 지난 5월부터 마이크로소프트(MS)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의 보안 취약점을 이용해 정부 조직 등 25개 기관의 이메일에 침입해 한 달가량 은밀히 활동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미국이 확인한 피해자 가운데는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과 니컬러스 번스 중국 주재 미국대사,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등 고위직도 포함됐다.
이와 관련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최근 중국 외교라인 수장인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을 만나 사이버 공격에 관한 우려를 거론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미국과 중국이 외교·경제·글로벌 이슈 협력 등 분야의 소통을 하나씩 재개하며 관계 정상화에 나선 상황에서 해킹 문제가 미국이 중국을 압박할 새 수단이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중국 외교부는 그간 "사이버 공격의 대부분은 미국에서 시작된 것이고 중국이야말로 가장 큰 피해자"라는 입장을 반복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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