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오딩가 대표, 경찰 강경 진압 규탄·시위 지속 천명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 반정부 시위가 수개월째 이어지는 케냐의 윌리엄 루토 대통령이 시위를 주도하는 야당 지도자에게 면담을 제안했다.
야당 지도자는 이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시위대 강경 진압을 규탄하며 시위 지속 방침을 천명해 귀추가 주목된다.
루토 대통령은 야권 연합 아지미오당의 라일라 오딩가 대표에게 최근 더욱 격화한 시위를 끝내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일대일 면담을 제안했다고 현지 일간지 더네이션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루토 대통령은 전날 밤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린 '내 친구 라일라 오딩가에게'로 시작하는 글에서 "탄자니아 출장에서 내일 밤 돌아올 예정"이라며 "알다시피 당신이 편한 시간에 언제든지 일대일로 만날 수 있다"고 밝혔다.
오딩가 대표는 루토 대통령의 면담 제의 수 시간 전 수도 나이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과 고용된 갱단이 근거리에서 수십 명의 사람들을 총으로 쏴 죽이거나 다치게 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경찰이 시위를 해산할 권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비무장 민간인에 대한 실탄 사용은 정당화될 수 없다"며 "정부 지원 하에 대량학살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세금 인상과 높은 물가에 항의하는 시위는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케냐에서는 지난 3월부터 아지미오당의 주도로 치솟은 물가와 오딩가 대표가 근소한 차로 패배한 작년 8월 대선 개표 결과에 항의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특히 지난달 말 정부의 세금 인상에 반발하며 이달 들어 시위가 격화했고, 시위는 종종 약탈과 경찰과 시위대 간 충돌로 변질하기도 했다.
정부는 지난 3월 이후 경찰의 시위대 진압 과정에서 20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했으나 아지미오당은 사망자가 최소 50명에 달한다고 주장한다.
국제앰네스티(AI)를 포함한 인권단체들은 지난주 경찰의 강경 진압을 비난하며 "7월에만 27건에 달하는 자의적이고 불법적인 즉결 처형의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케냐 내무부는 전날 "여론을 현혹하기 위한 악의적인 가짜 뉴스"라고 반박했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의회가 만든 독립 기관인 케냐국가인권위원회는 전날 "시위대와 경찰 모두 노골적으로 인권을 무시하고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며 양측을 비난했다.
hyunmin623@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