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원 일부 대통령궁 봉쇄…군 "대통령 석방하라" 최후통첩
서아프리카공동체·아프리카연합 '쿠데타 시도' 비난 성명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 서아프리카 니제르에서 26일(현지시간) 대통령 경호원들이 쿠데타(군사정변)에 나섰다고 알자지라 방송과 주요 외신들이 보도했다.
알자지라 방송은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대통령 경호원 일부가 수도 니아메의 대통령궁을 봉쇄하고 모하메드 바줌 대통령과 가족들을 억류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지 소식통들에 따르면 대통령궁은 물론 인근 정부 부처들도 봉쇄됐고, 직원들은 사무실에 접근할 수 없는 상태다.
바줌 대통령실은 성명을 통해 "경호원들이 '반공화국 운동'을 '허망하게' 시작했다"며 "경호원들이 물러서지 않는다면 군이 공격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통령과 가족들은 잘 있다"고 덧붙였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AFP 통신은 쿠데타에 나선 경호원들이 군의 지지 확보에 실패했으며 군으로부터 "대통령을 석방하지 않으면 공격할 것"이라는 최후 통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서아프리카 지역 15개국의 모임인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과 아프리카연합(AU)도 각각 "쿠데타 시도"를 비난하는 성명을 내고 바줌 대통령의 무조건적이고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했다.
대통령 경호원들이 쿠데타에 나서게 된 원인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니아메 대통령궁 주변에서는 군 장비가 보이거나 총성이 들리지 않았고 차량 흐름도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니제르는 1960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이후 1974년, 1991년, 1996년, 1999년, 2010년 등 총 다섯 차례에 걸쳐 쿠데타가 발발하는 등 세계에서 쿠데타가 빈번한 국가 중 하나다.
2020년 12월 니제르 역사상 최초로 평화적·민주적 절차를 통해 당선된 바줌 대통령의 취임식 직전인 2021년 3월 말에도 공군 장교의 쿠데타 기도가 있었으나 무산된 바 있다.
유엔 지표상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니제르는 서쪽으로 말리, 부르키나파소와 국경을 접한 내륙국으로 사헬(사하라 사막 이남 반건조지대) 지역에서 대테러 격퇴 작전을 펼쳐온 프랑스군의 새로운 거점이다.
쿠데타로 군정이 들어선 말리와 부르키나파소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프랑스군은 지난해 8월과 올해 2월 6개월 간격을 두고 양국에서 모두 철수했다.
hyunmin6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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