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부동산 매매 비리' 베추 추기경에 징역 7년 3개월 구형

입력 2023-07-26 22:53  

'영국 부동산 매매 비리' 베추 추기경에 징역 7년 3개월 구형
헌금으로 부동산 투자했다가 교황청 재정에 막대한 손실…연말 선고


(바티칸=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영국 런던의 고급 부동산 매매 비리 사건과 관련해 한때 교황청 2인자였던 죠반니 안젤로 베추(75·이탈리아) 추기경이 중형을 구형받았다.
바티칸 검찰이 26일(현지시간) 베추 추기경에 대해 횡령, 직권 남용, 위증교사 등의 혐의로 징역 7년 3개월을 구형했다고 이탈리아 안사(ANSA),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알레산드로 디디 검사장은 베추 추기경의 자산 1천400만유로(약 198억원)를 몰수하고, 평생 공직을 맡지 못하도록 하며, 1만유로(약 1천413만원) 이상의 벌금을 부과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베추 추기경에게 제기된 혐의 중에서 주된 것은 영국 런던 고급 부동산 투자 실패와 관련한 비리 혐의다.
교황청은 2014∼2018년 사이 총 3억5천만유로(약 4천947억원)를 투자해 런던 부촌인 첼시 지역의 고급 건물을 매입·관리해오다 1억4천만유로(약 1천979억원) 이상의 손실을 떠안은 채 지난해 이 건물을 매각했다.
애당초 가치가 높지 않았던 부동산을 교황청이 국무원 주도로 무리하게 투자했다가 막대한 투자 손실을 봤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교황청이 런던 부동산에 투자한 시기는 베추 추기경이 국무원 국무장관으로 재직하던 시기였다.
해당 사건은 교황청의 오랜 병폐인 방만하고 불투명한 재정 운영 문제를 드러냈으며, 특히 신자들의 헌금으로 조성돼 빈곤층 지원에 쓰이는 '베드로 성금'이 투자 밑천이 됐다는 점에서 교계 안팎의 비난 여론이 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부동산 투자 비리 사건을 계기로 금융·재무 구조 개혁에 박차를 가했다.
영국 부동산 거래에 깊이 관여하고 베드로 성금을 전용·낭비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베추 추기경은 2021년 7월 부동산 매매 브로커를 비롯한 다른 피의자 9명과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디디 검사장은 피고인 10명에 대해 모두 유죄 판결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하며 도합 징역 73년 1개월을 구형했다.
베추 추기경은 "난 평생을 교회를 위해 일해왔다"며 "난 한 푼도 훔친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나 자신이나 내 가족을 부유하게 한 적이 없기 때문에 결백하다"고 무죄를 주장했다.
베추 추기경은 교황청 외교관 출신으로 2011∼2018년 교황청 국무원 국무장관, 2018∼2020년에 시성성 장관을 지냈다. 시성성은 교회가 공경할 성인을 선포하는 시성을 관리·감독하는 곳이다.
한때 차기 교황으로 거론될 정도로 교황청의 실세 중의 실세로 꼽혔던 베추 추기경은 2020년 9월 24일 시성성 장관직에서 전격 경질됐다.
베추 추기경은 자진 사임 형식으로 장관직에서 물러나면서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 투표권 등 추기경으로서 권한도 반납했다. 다만 그는 추기경 직함은 유지하고 있다.
벌써 2년째 진행 중인 이번 재판에 대한 판결은 연말에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changy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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