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수백만 실업자, 공산당 통치에 잠재적 위협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중국의 청년(16∼24세) 실업률이 20%를 넘길 정도로 심각한 배경에는 단순한 일자리 부족보다는 정보통신(IT) 등 청년층이 선호하는 일자리가 부족한 '일자리 미스매치(불일치)' 문제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현지시간) 젊은 층이 선호하는 일자리와 실제 취업할 수 있는 일자리 사이에 미스매치가 있고, 취업난 때문에 구직 의사를 접는 '탕핑'(가만히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뜻)족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인구가 감소하는 가운데 노동력은 계속 필요하지만, 중국 경기 둔화로 대졸자들이 선망하는 숙련·고소득 일자리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온라인 채용업체 즈롄자오핀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중국 대졸자의 4분의 1가량은 테크 업계에서 일자리를 찾고 있다고 답해, 2위 분야의 2배를 넘겼다. 하지만 중국 빅테크(거대 기술기업)들은 오히려 기존 직원들을 해고하는 상황이다.
반면 중국 정부에 따르면 제조업이나 저숙련·저임금 서비스직 등 대졸자들이 선호하지 않는 블루칼라 직업군에서는 노동력이 사상 최대로 부족한 상태다.
올여름 중국의 대학 졸업생이 역대 최대인 1천158만명에 달하는 등 최근 3년간 2천800만명 이상의 대졸자가 노동시장에 진입, 도시 지역 신규 노동 공급의 3분의 2가량을 차지했다.
반면 '제로 코로나' 이후 중국 경제의 회복세가 더딘 데다 부동산 경기도 살아나지 않으면서, 중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0.8% 성장해 1분기(+2.2%)보다 내려간 상태다.
불확실성 증가 속에 기업들은 대졸자 신규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에 투자하는 대신 빚을 갚고 있다.
전통적으로 대규모 청년 고용을 창출해온 IT·부동산 분야에 대해 중국 정부가 최근 몇 년간 단속을 강화한 것은 고용시장에 특히 악영향을 끼쳤다.
이에 따라 6월 중국의 청년 실업률은 21.3%로 지난달(20.8%)에 이어 역대 최고치를 또다시 새로 썼다.
베이징대 장단단 교수는 탕핑족과 부모에게 얹혀사는 '캥거루족' 등을 실업자에 포함할 경우 3월 실업률이 46.5%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WSJ은 중국 정부가 대졸자들의 눈높이가 너무 높다며 구직자 개인의 문제로 돌리는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게다가 잇따른 고용 안정 대책에도 불구하고 실업률이 낮아지지 않자 중국 당국은 청년들의 귀향과 농촌 구직활동을 독려하고 나섰는데, 이는 청년들이 보기에 공허할 뿐이라는 것이다.
중국의 부흥기에 자라난 청년층은 서구가 쇠퇴하고 중국은 강하다는 식의 교육을 받아왔는데, 열심히 공부한 뒤 정작 취업할 때가 되어 육체 노동직에 종사하도록 하는 것은 매력적일 수 없기 때문이다.
WSJ은 이들 청년층이 취업 과정에서 겪는 좌절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내세우는 중국몽 등 비전에 새로운 도전이 되고 있다고 봤다.
현재로서는 부모들에게 생활비를 의지할 수 있는 만큼 분노보다는 무관심한 분위기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수백만 명의 실업자가 사회 변두리에 머물며 중국 공산당 통치에 잠재적 위협요인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안정적 일자리를 찾지 못해 결혼·출산을 미루면서 중국의 인구구조도 더욱 악화하고 있고, '신빈곤층'의 출현이 사회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최근 빅테크 등 민영경제 성장을 촉진하겠다고 밝히고 부동산 부양 의지를 밝힌 데는 취업난에 대한 고민도 반영됐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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