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리쿠드당 의원들, 검찰총장의 각료 기소권 이관 법안 발의
리쿠드당 "네타냐후 포함 연정 지도자와 협의 안된 사안"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사법부의 권한을 축소하는 입법으로 엄청난 사회적 분열을 유발한 이스라엘 우파 연정의 일부 의원들이 이번에는 정부의 법률 자문을 비롯해 상당히 광범위하고 독립적인 역할을 하는 검찰총장의 권한 축소를 추진한다.
27일(현지시간) 일간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대표로 있는 리쿠드당 소속 의원 11명은 전날 검찰총장의 각료 조사 및 기소 권한을 박탈하는 내용의 법안을 크네세트(의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각료회의에서 선출되는 검찰총장이 각료들을 조사하고 기소하는 경우 '이해 상충'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로, 검찰 총장의 관련 권한을 다른 검사에게 이관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하지만 야권 등에서는 이번 법안이 그동안 행정부가 추진하는 일부 논쟁적 정책에 제동을 걸어온 갈리 바하라브-미아라 현 검찰 총장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텔아비브 지역 검찰에서 30년 넘게 봉직한 바하라브-미아라 검찰총장은 현재 야권이 '반네타냐후 연정'을 꾸려 집권했던 지난해 2월 각료 만장일치로 이스라엘의 첫 여성 검찰총장이 됐다.
바하라브-미아라 검찰총장은 현 정부가 출범한 뒤에는 네타냐후의 핵심 파트너이자 초정통파 유대교 정당 샤스의 아리예 데리 대표의 탈세 전력을 문제 삼아 그에게 장관직을 주는 데 반대했다.
또 그는 연정이 '사법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대법원의 권한 축소 입법을 추진하자, 네타냐후 총리에게 입법 과정에 개입하지 말라고 통보했다. 부패 혐의로 재판받는 네타냐후 총리의 입법 관여가 '이해 상충'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 밖에도 바하라브-미아라 총장은 우파 연정이 총리를 비롯한 공무원의 후원금 모금 규정을 완화하려고 추진한 공무원법 개정도 반대했고, 최근에는 총리 직무 부적합성 결정을 제한하는 내용의 기본법 개정에 대한 사법심사도 청구했다.
이스라엘에서 검찰 총장은 크게 네 가지 의무이자 임무를 수행한다.
검찰총장은 기소권을 가진 검찰의 수장인 동시에 국가를 대표해 모든 법적 절차를 주도하고 법률위원회의 수장으로서 정부에 구속력이 있는 법률 자문도 한다.
그 외에 검찰 총장은 모든 법적인 문제와 관련해 공공의 이익을 대변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그동안 바하라브-미아라 검찰총장이 논란이 된 네타냐후 정부의 주요 정책에 반기를 든 것도 공공의 이익 대변자로서 역할을 한 셈이다.
하지만 우파 연정 각료들에게 그는 눈엣가시였고 해임해야 한다는 주장도 끊이지 않았다.
우파 연정에 참여하는 의원들은 이번 법안 제출을 통해 그런 속내를 확실하게 드러낸 셈이지만, 정작 리쿠드당은 한 발을 빼는 모습이다.
리쿠드당은 성명을 통해 "이번에 발의된 법안은 일부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추진한 것으로 네타냐후 총리를 비롯한 연정 지도부와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선을 그으면서, "연정 지도부와 협의 없이는 일법 절차가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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