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구조 작업에도 실패…97마리 폐사·안락사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호주 남서부 해변에 좌초됐던 돌고래 떼 구조 작업이 실패해 호주 당국이 이들을 결국 안락사시켰다.
27일(현지시간) 호주 ABC 방송 등에 따르면 웨스트오스트레일리아(WA)주 공원·야생동물관리국은 성명을 통해 해변에 좌초해 있던 45마리의 참돌고래를 안락사시켰다고 밝혔다.
관리국은 돌고래 구조작업에 나섰지만, 돌고래들이 점점 해변으로 가까이 밀려 들어왔다며 "슬프지만 남은 고래들의 고통을 연장하지 않기 위해 안락사를 결정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5일 오전 웨스트오스트레일리아(WA)주 퍼스에서 남동쪽으로 약 400㎞ 떨어진 체인스 해변 근처에 참돌고래 무리가 나타났다. 90여마리의 돌고래 무리는 점점 해변 가까이 떠내려왔고, 52마리가 폐사했다.
WA주 당국은 관리국 직원 100명과 자원봉사자 250명을 동원해 남은 돌고래들을 깊은 바다로 옮겨 살리기 위한 구조 작업을 펼쳤다. 특히 전날 오후에는 해변에 비바람이 불었고 추운 겨울 날씨에도 바다에서 구조 작업을 하다 2명의 자원봉사자가 저체온증으로 긴급 치료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돌고래들은 점점 해변으로 밀려왔고 결국 이들의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 안락사를 결정했다.
이번 구조 작업을 감독한 생물 다양성 보존·관광명소 부서의 매니저 피터 하틀리는 이번 안락사 결정에 "34년 동안 야생동물을 관리하면서 가장 어려운 결정 중 하나였다"며 "신중하게 내린 결정이었으며 이번 결정에 도움을 준 수의사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호주·뉴질랜드 이남 심해는 아열대 해양과 남극해가 만나는 지역으로 해양 생물이 풍부해 많은 돌고래가 군락을 형성해 살아간다. 그렇다 보니 호주와 뉴질랜드 해변에서 돌고래들이 집단 좌초하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이를 놓고 과학자들은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돌고래들이 먹이를 쫓아 해변 근처까지 너무 깊숙이 접근하다 모래톱에 걸리면서 집단 좌초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이 같은 일이 너무 자주 발생하자 일부 과학자들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수온 변화로 돌고래들이 해변에 가까이 접근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집단 폐사 사고도 늘어나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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