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법원, 해리왕자 '휴대전화 해킹 피해' 소송 각하…"시효 지나"

英법원, 해리왕자 '휴대전화 해킹 피해' 소송 각하…"시효 지나"
타블로이드 언론 '불법 정보 수집' 일부 혐의만 재판 진행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영국 해리 왕자가 타블로이드지를 상대로 제기한 '불법 정보 수집' 관련 소송의 일부에 대해서만 법원의 판단이 이뤄지게 됐다고 로이터·AP 통신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런던 고등법원은 이날 해리 왕자가 '뉴스 그룹 뉴스페이퍼스'(NGN)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 중 휴대전화 해킹 피해를 주장한 부분은 공소시효 만료로 각하한다고 판결했다.
NGN은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회사로, 대중지 '더선' 등을 거느리고 있다.
법원은 다만 NGN이 해리 왕자 주변에서 정보를 불법으로 수집했다는 의혹의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는 내년 1월 심리가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007년 NGN 자회사인 타블로이드 매체 '뉴스 오브 더 월드'는 영국 왕실 인사는 물론 연예인과 정치인 등 유명 인사들의 휴대전화 음성메시지를 무차별 해킹한 사실이 드러나 영국 사회에서 큰 지탄을 받았다. 매체는 2011년 폐간됐다.
당시 해킹 피해자로는 윌리엄 왕세자와 해리 왕자, 배우 휴 그랜트, 대니얼 래드클리프 등이 지목된 바 있다.
해리 왕자는 논란이 처음 불거진 지 12년이 지난 2019년이 돼서야 NGN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NGN 측이 "고소 시점이 공소시효 6년이 지난 뒤에야 이뤄졌다"며 해리 왕자의 청구가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하자, 해리 왕자는 과거 형인 윌리엄 왕세자가 NGN으로부터 거액을 받고 합의해주는 '비밀 거래'를 하는 바람에 고소가 늦춰진 것이라고 항변해왔다. NGN은 비밀 합의 사실을 부인했으며, 왕실은 언급을 거부하고 있다.

이날 티모시 팬코트 판사는 공소시효가 지나기 이전에 음성메시지 감청 사실을 알고 있었던 점에 비춰 시효가 만료됐다고 판단했다.
NGN은 이날 판결과 관련해 "해리 왕자의 소송 범위가 상당히 축소됐다"며 "중요한 승리"라고 자평했다.
NGN은 "팬코트 판사는 '비밀 합의' 주장에 설득력이나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리 왕자는 더 메일과 메일 일요판의 모회사인 '어소시에이티드 뉴스페이퍼스'(ANL), 데일리 미러의 발행사인 '미러 그룹 뉴스페이퍼'(MGN) 등을 상대로도 소송을 진행 중이다. 지난 6월에는 영국 왕실 고위 인사로는 130년 만에 처음으로 법원에 증인으로 출석, MGN 소송과 관련해 증언했다.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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