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원의원 6명 서한…만남 성사 때 中 군사도발 등 반발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대만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의 라이칭더 총통 후보가 내달 파라과이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계기로 미국을 경유할 때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이 그를 만나야 한다는 의견이 미 의회 내에서 제기됐다.
28일 자유시보 등 대만 언론들과 외신에 따르면 톰 티파니(공화·위스콘신주) 등 미 하원의원 6명은 지난 26일 해리스 부통령에게 조만간 미국을 방문할 라이 후보와 만날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서한에서 중국 공산당이 최근 대만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대만해협에서 무모한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해리스 부통령이 라이 후보를 만나 대만에 대한 지지를 표명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해리스 부통령이 라이 후보를 만난다면 미국과 대만 간 우호 관계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만 외교부의 류융젠 대변인은 미 하원의원들의 서한에 진심으로 감사한다면서, 현직 부총통인 라이 후보의 미국 경유 일정을 미국과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라이 후보의 미국 일정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만약 미국 권력 서열 2위인 해리스 부통령이 라이 후보를 만나면 중국이 강력하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중국은 작년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지난 4월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의 회동을 빌미 삼아 사실상 대만 침공을 염두에 둔 '대만섬 봉쇄' 군사훈련으로 위협을 가한 바 있다. 미 하원의장은 권력서열 3위로 여겨진다.
내달 15일 산티아고 페냐 파라과이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할 예정인 라이 후보는 방문과 귀국 길에 뉴욕과 로스앤젤레스(LA)를 경유할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과 미국의 '안보 연대'를 강조해온 라이 후보가 해리스 부통령을 만난다면 중국의 대만 위협 문제가 주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바이든 미 행정부는 중국과의 오랜 냉기류 끝에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 존 케리 미국 기후변화 특사의 잇따른 방중을 계기로 미·중 관계의 회복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에서 라이 후보와 해리스 부통령의 회동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관측도 있다.
미국은 대만해협에서 중국의 일방적인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면서도 '하나의 중국' 원칙은 인정한다는 입장이다.
라이 후보는 이번 미국 경유 때 정치 중심지인 워싱턴DC 방문을 희망했으나, 대(對)중국 정책을 '로 키'(low-key)로 유지하려는 미 행정부는 이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에선 내년 1월 13일 총통 선거가 실시된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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