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테러전·서방 영향력 유지에 절실한 전략 요충지
프랑스세 몰락 재확인…드론기지 둔 미국도 전전긍긍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니제르에서 발생한 군사 쿠데타 때문에 서방의 서아프리카 정책이 큰 타격을 받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아프리카 내륙국인 니제르의 군부는 지난 26일(현지시간) 모하메드 바줌 대통령을 축출했다고 밝히며 쿠데타를 선언했다.
27일 현재 바줌 대통령이 대통령궁에 감금된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최고 통치권자가 바뀔지 등 전반적 상황은 아직 불확실하다.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로 2021년 집권해 서방 친화적 정책을 편 바줌 대통령이 그대로 실권하면 서방에 충격이 불가피하다.
니제르가 안보가 극도로 불안한 사헬지역(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의 남쪽 주변)에서 서방의 보루 역할을 해온 전략적 요충지였기 때문이다.
글로벌 영향력을 지키려는 미국과, 식민시대 때 서아프리카 위주로 식민지를 운영했고 이후에도 지역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던 프랑스는 니제르 정변에 특히 더 민감하다.
미국과 프랑스는 니제르를 이슬람국가(IS), 알카에다, 보코하람 등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에 맞선 대테러전 거점으로 삼아왔다.
이는 바줌 대통령과 그에게 평화롭게 정권을 이양한 전임 대통령 마하마두 이수프(2011∼2021년 집권)의 협력 덕분이었다.
특히 니제르는 사헬지역의 다른 국가와 달리 러시아와 그리 유착되지 않은 곳이라는 특색이 있다.
자유 민주주의 진영과 권위주의 체제의 경쟁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아프리카에서도 심화한 상황에서 더 주목되는 사실이다.
니제르 쿠데타에 러시아의 입김이 있었는지 불분명하지만, 러시아에서는 자신들이 한몫했다는 것으로 들릴 수 있는 주장이 나온다.
폴리티코 유럽에 따르면 러시아 용병단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그룹 공식 텔레그램 채널에서 니제르 쿠데타를 "바그너그룹의 효율성이 입증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프리고진은 "식민주의자들에 맞선 니제르인들의 투쟁이었다"며 "바그너 전투원 1천명이 질서를 회복하고 테러리스트를 파멸시켜 그들이 민간인에 해악을 끼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바그너그룹은 아프리카에서 쿠데타나 부정선거로 집권해 정통성이 없는 독재정권을 비호하면서 광물 개발 등 이권을 챙기고 러시아의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다만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니제르 쿠데타에 러시아가 개입했다는 확실한 흔적이 없다며 원인은 내부 사정에 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로서는 이번 군사정변으로 바짐 정권이 붕괴한다면 아프리카에서의 급속한 영향력 축소를 재확인하게 된다.
미국과 프랑스는 현지의 치안을 돕는 형식으로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세력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프랑스군은 8년여간 이어가던 대테러 작전 '바르칸'(Barkhane)을 작년 11월 끝내고 부르키나파소, 말리 등지에서 철수했다.
이 같은 철군의 배경에는 군사 독재정권의 부활, 서방과 해당국 정권의 관계악화, 러시아의 세력확장 등이 있다.
말리, 부르키나파소에서는 각각 2021년, 2022년 쿠데타 발생 후 정세불안 속에 극단주의 무장세력의 잔혹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폴리티코 유럽은 최근 수년간 서아프리카에서 영향력이 급감한 프랑스가 최후의 보루 니제르에 병력 1천500명을 뒀다고 주목했다.
니제르 정부는 프랑스와의 양자 군사협정을 아프리카 국가들과 프랑스의 동등한 군사관계의 새 모델이라며 호평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도 니제르에 미군 800명 정도를 주둔시키고 있다.
미군은 니제르 중부 도시 아가데스에 있는 기지에서 테러단체를 토벌하는 무장 무인기를 운영하며 니제르군을 훈련하고 있다.
니제르 쿠데타는 미국과 프랑스엔 대형 악재인 만큼, 두 나라는 니제르 사태에 상당한 불안감을 드러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이날 바줌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변하지 않는 지지'를 약속했다.
블링컨 장관은 "니제르와 미국의 튼실한 경제·안보 파트너십은 민주적 통치, 법치 준수, 인권 보호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무력으로 권력을 장악하는 어떤 시도도 확고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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