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기·가믈란으로 양국 전통음악 함께 연주
"한국 전통음악, 힘 있고 독특해"…1천석 꽉 채운 관중들 박수치며 즐겨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한여름 밤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국악과 인도네시아 전통음악이 함께 울려 퍼졌다.
주인도네시아 한국 대사관은 한국·인도네시아 수교 50주년을 기념해 28일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의 그라하 박티 부다야(Graha Bhakti Budaya) 공연장에서 한국·인도네시아 대학생 전통예술 교류 공연을 진행했다.
이번 공연은 서울대학교 국악과 학생들과 인도네시아 수라카르타예술학교 음악인류학과 학생들이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전통음악과 이를 재해석한 음악들을 선보이는 자리였다.
한국 공연단은 아쟁 산조와 창작 국악 '활의 노래', 가야금 3중주 '도깨비' 등을 연주하며 인도네시아 관중들에게 국악의 매력을 알렸다.
또 나쁜 기운을 없애주는 애절한 '살풀이' 무용과 연주를 통해 인간 삶의 희로애락을 보여주는 국악의 매력을 뽐냈다.
인도네시아 공연단도 전통악기 가믈란(gamelan)으로 '앙인 맘미리'(Anging Mammiri)와 '렝게란 시지 리마(Lenggeran Siji Lima)', '알루르 알리르'(Alur Alir) 등 발랄하면서도 신비로운 자바와 술라웨시, 마카사르 등의 전통음악을 선보였다.
이번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우리의 국악기와 인도네시아 가믈란으로 양국의 전통음악을 연주하는 협연 무대였다. 양국 공연단은 창작 인도네시아 전통음악인 '인도 로고'와 창작 국악곡 '흐르는…2'를 함께 연주했다.
청아하고 통통 튀는 음색의 가믈란과 묵직하고 흐느끼는 듯한 국악기가 한데 어우러지며 독특하고 신비로운 무대가 연출됐다.
특히 인도 로고 공연 때는 양국 무용수의 화려한 춤사위도 함께 펼쳐지며 눈과 귀를 동시에 즐겁게 했다.
약 1천석의 관람석을 꽉 채운 인도네시아 관객들은 낯설지만, 신비로운 국악과 익숙한 인도네시아 전통음악의 만남에 박수를 보내며 즐거워했다.
주인도네시아 한국문화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연을 알게 됐다는 회사원 에아나(23) 씨는 "한국 드라마를 보면 그 안에서 간혹 나오는 한국 전통음악을 들어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본격적인 공연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굉장히 힘이 있고 독특한 소리가 많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번 무대를 위해 양국 공연단은 몇 달 전부터 온라인으로 음악 파일을 주고받으며 협연을 준비했고, 지난 23일 한국 공연단이 인도네시아에 입국한 뒤에는 매일 8시간 넘게 함께 연습하며 호흡을 맞췄다.
이번 공연의 예술감독을 맡은 김정승 서울대 교수는 "직접 만나지 못하고 온라인으로만 맞춰봐 걱정됐지만 양국 공연단이 처음 만났을 때부터 어색함 없이 음악적으로 통하는 게 있었다"며 "시간이 별로 없어 잠도 제대로 못 자면서 연습하느라 지쳤을 텐데도 전통음악에 대한 청년 예술가들의 열정으로 멋진 무대를 준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안디 무함마드 이르잠 수라카르타예술학교 학생도 "리듬이나 음계에서 양국 전통음악 간 약간의 차이가 있었지만 두 나라 악기 소리가 굉장히 잘 어울린다고 느꼈다"며 "공연을 준비하면서 국악의 리듬이 복잡하고 음악적 구조가 상당히 체계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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