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이 30일(현지시간) 러시아의 흑해곡물협정 복귀를 촉구했다.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에 따르면 교황은 이날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주일 삼종기도에서 "흑해곡물협정이 재개되고, 곡물이 안전하게 운송될 수 있도록 형제인 러시아 당국에 호소한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밀 등 곡물을 파괴하는 것은 하느님에 대한 중대한 범죄라고 지적했다.
교황은 광장에 모인 신자들에게 "전쟁으로 곡물까지 모든 것이 파괴되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위해 계속 기도해달라"고 요청한 뒤 "밀은 인류를 먹여 살리는 하느님의 선물이기 때문에 이는 하느님에 대한 중대한 범죄"라고 말했다.
교황은 이어 "굶주림으로 고통받는 형제자매 수백만 명의 절규가 하늘로 치솟고 있다"고 강조했다.
흑해곡물협정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라 중단된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재개를 위해 지난해 7월 체결된 협정이다.
이 협정에 따라 우크라이나는 전쟁 중에도 3천290만t(톤)의 곡물을 전 세계에 수출했다.
흑해곡물협정은 그동안 세 차례 연장되며 세계 곡물 가격 급등세를 진정시키는 성과를 거뒀으나 러시아는 지난 17일 일방적으로 협정 탈퇴를 선언했다.
러시아는 이로써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길을 막은 데 이어 우크라이나의 핵심 항만을 폭격해 곡물 수출 인프라를 파괴하려는 시도까지 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전 세계 밀 가격은 급등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8일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아프리카에 무상으로 곡물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했으나 아잘리 아수마니 코모로 대통령 겸 아프리카연합(AU) 의장은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답했다.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교황은 거의 모든 공개 석상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를 거론하며 전쟁의 잔혹성과 러시아의 명분 없는 침략을 비난했지만, 러시아와 소통 채널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교황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평화 중재를 위해 특사로 임명한 마테오 주피 추기경은 지금까지 우크라이나, 러시아, 미국을 방문했고, 러시아로 끌려간 어린이들의 우크라이나 송환을 위해 애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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