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이탈리아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 탈퇴를 검토하는 가운데 내각에서도 일대일로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귀도 크로세토 이탈리아 국방장관은 30일(현지시간) 보도된 자국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와 인터뷰에서 "일대일로에 참여하기로 한 결정은 즉흥적이고 형편없는 행동이었다"며 중국의 대이탈리아 수출은 증가했지만, 이탈리아의 대중국 수출은 같은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문제는 중국과의 관계를 훼손하지 않고 어떻게 일대일로 사업에서 탈퇴하느냐"라며 "중국이 경쟁자라는 것은 사실이지만 파트너이기도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집권 초반인 2013년 8월 글로벌 프로젝트로 발표한 일대일로는 중국과 중앙아시아, 유럽을 육상과 해상으로 연결해 거대 경제권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이탈리아는 2019년 주세페 콘테 총리 시절, 주요 7개국(G7) 중 유일하게 일대일로 참여를 공식화했지만, 최근 미국과 중국 간 경제·안보 패권 경쟁이 심화하면서 양자택일 기로에 놓여 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지난달 28일 하원의원들과 만나 "일대일로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이탈리아는 일대일로에 참여하지 않고도 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일대일로에서 탈퇴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이런 가운데 멜로니 총리의 최측근인 크로세토 국방장관도 경제적 실익이 없다며 일대일로에서 탈퇴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다만 이탈리아 정부는 중국의 경제 보복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일대일로에서 벗어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멜로니 총리는 지난 27일 미국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직후 주미 이탈리아 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대일로 사업 참여 문제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과 대화했으나 탈퇴 압박을 받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과 건설적인 대화를 하는 게 중요하다"며 조만간 중국을 방문해 일대일로 관련 문제를 논의하겠다고도 했다.
중국은 이탈리아의 탈퇴를 막기 위해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멜로니 총리와 바이든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일대일로 공동 건설은 중국과 이탈리아 양국의 실용적 협력이 만든 새로운 플랫폼으로 윈윈의 성과를 냈다"며 "협력 잠재력을 더 발굴하는 것이 쌍방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류젠차오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은 이탈리아를 방문해 의회 내 중국 우호 세력을 접촉하고 일대일로 참여 지속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탈리아는 12월 22일까지 일대일로 참여 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때까지 중국에 종료 의사를 통보하지 않으면 사업 참여 기간이 5년간 자동 연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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