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계환 기자 = 북반구에서 기록적인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남극에서는 아르헨티나 면적만큼의 해빙(海氷)이 사라지면서 겨울철 해빙 규모가 역대 최소치까지 줄었다고 미국 국립설빙데이터센터(NSIDC)가 밝혔다.
30일(현지시간) CNN 보도에 따르면 NSIDC는 현재 남극의 겨울 해빙 규모가 지난해 기록한 역대 최소치보다 160만㎢ 정도 적은 상태라고 밝혔다.
남극 해빙은 남반구 여름의 끝인 2월 말쯤 가장 적었다가 겨울로 가면서 다시 늘어나곤 했으나, 올해는 겨울철에도 해빙이 기대만큼 늘어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달 중순 기준으로는 남극 해빙 규모가 1981~2010년 평균치보다 260만㎢나 감소했다면서 이는 남미 아르헨티나 전체 면적과 같은 규모라고 NSIDC는 설명했다.
아르헨티나의 국토 면적은 278만㎢로 세계에서 8번째로 넓다.
과학자들은 남극 해빙의 변화를 초래한 요인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부 과학자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수백만년에 한번 나타날 수 있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하지만, 남극 해빙을 형성하는 근본적인 시스템이 변했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과학자들도 있다.
콜로라도 볼더 대학의 빙하학자인 테드 스캠보스 교수는 "현재의 시스템 속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확률을 이야기하는 것은 의미 없다"면서 "게임 자체가 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남극 해빙은 지구온난화와 함께 해빙의 남하 현상이 나타난 북극과는 달리 지난 수십년간 주기적인 증감현상을 보여왔으나 지난 2016년을 기점으로 급속한 감소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과학자들은 자연적 기후변동성이 남극 해빙에 영향을 주지만 최근 나타난 해빙의 급감 추세는 기후변화로 인해 나타난 현상일 것으로 분석한다.
스캠보스 교수는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오염물질의 유입 증가와 관련 있는 남극대륙 상공 서풍의 강도 변화, 남극해 북부의 해양 온도 상승 등이 남극 해빙 감소의 원인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그는 올해 나타난 현상은 남극에서 나타날 장기적인 변화를 보여주는 매우 두려운 신호일 수도 있다면서, 앞으로는 예전과 같은 남극의 회복력을 못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16년에 남극 해빙의 대규모 감소가 처음 나타난 이후 해빙의 양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면서, 지구의 큰 부분에 작용하는 주요한 무언가가 갑자기 지난 45년간 봐왔던 것과 다르게 행동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반면 NSIDC의 선임 과학자인 쥴리엔 스트뢰브 박사는 올해 남극 해빙의 양은 예년 평균치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이 사실이지만 남극 해빙이 매년 큰 변동성을 보여왔던 것도 사실이라면서 현재의 상태가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양태나 기준)일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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