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로 로카, '4인 그룹' 구성해 온건 방식으로 정부에 맞서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쿠바 공산당의 기틀을 잡은 부친과 정반대 정치 노선을 밟으며 수난을 겪은 아바나 출신의 저명한 반정부 인사가 타계했다.
31일(현지시간) 쿠바 온라인 매체 '14이메디오'에 따르면 블라디미로 로카 전 사회민주당 대표가 전날 오후 별세했다. 그는 당뇨병과 알츠하이머병을 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향년 80세.
1942년에 태어난 그는 쿠바 공산당 정치국 위원과 인민권력국가회의 초대 의장을 지낸 블라스 로카 칼데리오(1908∼1987)의 아들이다.
블라스 로카는 마르크스레닌주의와 관련한 다양한 저술 활동을 펼치며 쿠바 공산당의 기틀을 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정치인으로 평가받는다.
아들인 블라디미로 로카는 그러나 1976년 제정된 헌법이 "무력에 의한 사회주의를 강요한다"고 보고 국가 체제에 저항하며 부친과 반대 길을 걷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사망한 뒤 본격적인 반정부 활동을 조직한 그는 뜻이 맞는 이들과 함께 1996년 사회민주당을 창당했다.
또 마르타 베아트리스 로케, 펠릭스 본네 카르카세스, 레네 고메스 만사노 등과 함께 이른바 '4인 그룹'을 만들어 당내 반발 기류를 형성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했다.
이를 기반으로 1997년 '조국은 모두의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는데, 독재 체제를 포기하고 인권을 존중할 것을 촉구하는 이 문서 때문에 그와 동료들은 국가안보 저해와 선동죄로 수감됐다.
2002년 석방 후에도 쿠바 정권으로부터 불법으로 규정된 사회민주당을 이끌며 온건한 반정부 운동을 펼쳤다.
'4인 그룹' 일원인 마르타 베아트레스 로케는 14이메디오 인터뷰에서 "블라디미로는 독재가 쓸모없다는 걸 알았고, 많은 이가 그를 존경했다"며 "그는 쿠바 국민을 위한 해결책이 이 정권을 통해선 나올 수 없다고 확신했다"고 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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