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세계평화 위한 것" 주장…우크라전 투입 차단하며 서방견제 포석도
(서울·베이징=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한종구 특파원 = 중국이 러시아에 전쟁 물자를 지원하고 있다는 미국의 지적을 받은 후 무인기(드론) 수출 통제에 나섰다고 블룸버그·로이터 통신이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앞서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등 고위급 기관은 성명을 통해 오는 9월 1일부터 특정 등급의 드론, 드론 엔진, 적외선 영상장비, 통신 장비, 무인기 공격에 대응하는 '안티 드론' 장비 등의 수출이 허가 없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기관은 "특정 국가를 겨냥한 조치가 아니다"라면서도 "민간 드론이 군사적 용도로 전용될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 중국은 관련 국가들에 이번 조치를 통보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일부 중국 국영기업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전쟁 노력에 지원을 제공 중이라는 정황이 있다"며 중국 정부가 이같은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는지 추궁한 후 이같은 조치가 나왔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고성능 드론에 대한 수출 통제 방침에 대해 세계 평화를 위한 것이라는 주장을 내놨다.
1일 중국 상무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상무부 대변인은 전날 발표한 드론 수출 통제에 대해 "고성능 드론은 군사적 속성이 있어 수출 통제를 하는 것이 국제관례"라며 "중국의 조치는 국제적 통제 범위와 기술 표준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은 항상 세계 안전과 지역 안정을 위해 노력했고, 민간 드론을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일관되게 반대했다"며 "드론 통제 범위를 확대한 것은 책임 있는 강대국의 역할을 보여주고, 세계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관련 국가와 지역에 드론 수출 통제 조치를 통보했다고 덧붙였다.
중국이 수출하는 일부 고성능 드론이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대변인은 "합법적인 민간 목적으로 사용한다면 관련 절차에 따라 정상적으로 드론을 수출할 수 있다"며 이번 조치가 금지가 아닌 통제라는 점도 강조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드론이 부적절하게 사용되면 항공 안전은 물론 군사적 충돌 위험도 증가할 수 있다며 당국의 입장에 힘을 실어줬다.
중국 군사전문가 쑹중핑은 이 매체에 "중국은 미사일 등 무기 장비에 대한 수출 제한 기준이 있다"며 "책임 있는 국가로서 드론을 보유해서는 안 되는 최종 사용자에게 드론이 이전되지 않도록 수출 통제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드론 생산업체인 중국 DJI도 "우리는 설립 초기부터 회사의 제품과 기술이 군사 또는 전쟁 용도로 사용되는 것을 단호히 단호히 반대했다"며 "중국 정부가 발표한 드론 수출 통제 정책을 엄격히 준수하고 과학이 인류에 더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세계 드론 시장 점유율 1위 국가이다. 드론은 최근 수년간 강력한 군사장비로 부상했으며, 특히 중국 업체 DJI가 생산하는 제품은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 모두 사용 중이라고 블룸버그는 짚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조치는 직접적으로는 미국의 비난을 차단하면서 중국산 드론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에 투입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 큰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 조치를 취한 미국 등 서방에 대한 견제 강화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도 읽힌다.
로이터는 최근 미국이 반도체 제조 장비 등 핵심 기술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을 강화하자 중국이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갈륨 등 희귀 금속 수출 통제를 밝히며 대응한 가운데 이번 조치가 나왔다고 언급했다.
첨단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 통제에 이어 고성능 드론에 대한 수출 통제를 발표하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의 중국 압박에 대한 반격이라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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