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장서 압수한 기타·드럼…'문화적 제노사이드' 비판
여성 등하교 금지·남성동반 의무·미용실 폐쇄 이어 또 잔혹극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이 '도덕적 부패'에 빠뜨린다는 이유로 악기를 불태웠다고 미국 CNN 방송이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29일 아프가니스탄 서북부 헤라트주(州) 탈레반 당국은 한 결혼식장에서 기타, 건반악기 하모늄, 타악기 타블라 등은 물론 앰프와 스피커 등 음향 장비까지 모두 압수해 소각했다.
당국은 이렇게 악기를 불태우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게시했다.
탈레반 권선징악부 관계자는 "음악 연주는 청년들의 길을 잃게 한다"고 말했다.
2021년 집권한 이래 공공장소 음악 연주를 금지해온 탈레반은 지난 19일에도 비슷한 조치를 진행한 후 트위터에 사진을 올린 바 있다.
과거 아프가니스탄 국립음악원을 설립했으나 현재는 포르투갈에 머무는 아흐마드 사르마스트 박사는 이번 탈레반 조치를 두고 "음악에 대한 반달리즘(문화유산 파괴 행위)"이라고 맹비난했다.
사르마스트 박사는 "아프가니스탄인들은 예술적 자유를 박탈당했다"며 "현재 탈레반 정권이 아프간에서 벌이는 일들은 문화적 제노사이드(소수집단 말살)의 한 사례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탈레반은 1990년대 중반부터 2001년까지 아프가니스탄에서 집권하는 동안 모든 대중매체와 사교모임에서 음악을 금지했으며, 이후 20년간 번창했던 음악계는 탈레반의 복귀로 다시금 탄압받고 있다고 BBC는 설명했다.
탈레반은 지난 2년간 이슬람 율법을 엄격히 해석한 것을 바탕으로 여성의 외부 이동시 남성 동반 의무화, 여성의 공공장소 및 학교 출입 금지, 여성의 미용실 이용 금지 등 조치를 내려 국제사회로부터 인권을 억압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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