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태풍 '독수리' 폭우에 베이징·허베이 20명 사망·33명 실종(종합2보)

입력 2023-08-01 17:54  

中 태풍 '독수리' 폭우에 베이징·허베이 20명 사망·33명 실종(종합2보)
이재민 58만여명…수도권 침수·주민 고립 이어져 추가 피해 가능성도
시진핑 "인명 구조·기간시설 복구" 지시…6호 태풍 카눈 상륙에 긴장


(선양·베이징=연합뉴스) 박종국 한종구 정성조 특파원 = 제5호 태풍 '독수리' 상륙으로 중국 베이징과 허베이성 등 수도권에 사흘 동안 폭우가 쏟아져 20명이 숨지고 33명이 실종된 것으로 파악됐다.
1일 중국중앙TV(CCTV)에 따르면 베이징시 홍수·가뭄 대응 지휘부는 1일 오전 6시(현지시간) 기준 구조 작업에 투입됐던 소방대원과 공산당 간부 2명을 포함해 모두 11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실종자는 구조 작업에 투입됐다가 강한 물살에 휩쓸린 민간 구조대원 4명 등 모두 27명으로 집계됐다. 사망자와 실종자는 베이징 서부와 남부에 집중됐다.
지리적으로 베이징과 톈진을 둘러싸고 있는 허베이성에서는 바오딩시와 싱타이시를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려 이날 정오 기준 9명이 숨지고 6명이 실종됐다.
베이징 기상당국에 따르면 태풍 독수리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든 지난달 29일부터 이날 오전까지 내린 비의 양은 평균 257.9㎜다.
먼터우거우구가 470.2㎜로 가장 많았고, 팡산구 414.6㎜, 창핑구 285.8㎜ 등이다.

중국 소셜미디어(SNS) 웨이보에는 한꺼번에 많은 비가 쏟아지면서 도로와 주택이 물에 잠기고, 차량 수십 대가 강한 물살에 떠내려가는 영상이 올라왔다.
특히 베이징 서부 펑타이구에서는 교량 가운데 부분이 붕괴돼 다리 양쪽에서 수십 대의 차량이 멈춰 서 있는 사진과 영상도 있었다.
흙탕물이 어른 허리까지 차오르거나 종점에 주차된 수십대의 버스가 물에 절반 이상 잠겨있는 등 흡사 재난영화를 방불케 하는 장면도 있다.
베이징 당국은 이번 폭우로 13개 구에서 4만4천673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12만7천여명이 집을 떠나 긴급 대피했다고 전했다. 허베이성에서도 이재민 54만703명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곳곳이 침수되면서 주민들이 고립되는 경우도 속출했다.
중국 매체 남방주말(南方周末)에 따르면 허베이성 줘저우시의 한 마을 주민 150여명은 전날 오후 10시를 전후해 고립됐다. 강 상류가 넘치면서 마을에 시간당 15㎝가량씩 물이 차올랐기 때문이다.
대부분 노인인 이 마을 주민들은 건물 2층 위로 피신한 상태로, 현지 당국은 보트가 진입하기 어려워 구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태풍 독수리의 위력은 약해졌지만, 이미 쏟아진 비에 하천 수위가 높아진 상태라 중국 수도권 지역에 추가 피해가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이허(海河) 유역 홍수·가뭄 대응 지휘부는 이날 오후 1시를 기해 홍수 대응 단계를 2급에서 1급으로 격상했다. 화이허 유역에 속한 베이징 북부 화이러우댐은 이날 중 수위 조절을 위해 수문을 열 것으로 알려져 침수 지역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최근 태풍 독수리의 영향으로 화베이(華北·베이징과 톈진, 허베이성, 산시<山西>성 등 북부 지역)와 황화이(黃淮·허난성 중부와 안후이성 북부 등 황허강 유역) 등에 막대한 비가 내려 홍수·침수와 지질 재해로 이어졌고, 베이징과 허베이 등에는 중대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는 "각 지역은 전력을 다해 실종자와 이재민을 구조하고, 부상자 치료와 피해자 가족 위로를 잘 해 인명 피해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며 "이재민을 적절히 수용하고 교통·통신·전력 등 손실된 기간시설 회복에 힘써 가능한 한 빨리 정상적인 생산·생활 질서를 회복시키라"고 방재당국에 지시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은 전했다.
중국 당국은 북상 중인 다음 태풍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제6호 태풍 '카눈'은 이날 오전 일본 오키나와 동남쪽 285㎞ 북서 태평양 해상에서 시속 20㎞로 북상하고 있으며 2일 오전 중국 동남부 저장성과 푸젠성 북부 해안으로 접근한 뒤 중국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앙기상대는 "중국에 상륙한 뒤 이동 경로는 불확실하다"며 "카눈의 영향으로 중국의 남해와 동해 일대에 강한 돌풍이 불 것을 예상되므로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jkh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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