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지하 주차장 공사에서 철근을 빠뜨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15개 단지가 추가로 확인됐다. 지난 4월 인천 검단 신도시의 신축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의 원인이 철근 누락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큰 충격을 준 바 있는데 이런 부실시공이 LH 공사 현장 전반에 퍼진 구조적 문제일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진 셈이다. 국토교통부 조사에 따르면 부실은 설계, 감리, 시공, 관리·감독 등 사업 전 과정에서 발견됐다. 문제가 드러난 15곳 가운데 10곳은 설계 과정부터 지하 주차장 기둥 주변 보강 철근이 누락됐고, 5곳은 시공 과정에서 설계 도면대로 철근을 넣지 않았다. 양주 회천 단지의 경우 철근이 설치돼야 하는 기둥 154개 전체에서 누락이 발생했다. 남양주 별내와 음성 금석에서는 다른 층 도면으로 철근을 설치해 각각 126개(42%), 101개(82%) 기둥에 필요한 철근이 빠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부실 공사의 원인이 비용 절감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관련 업체들의 실력 부족이나 무능 때문인지는 더 조사해봐야겠으나 어떤 이유에서든 규정대로 공사를 하지 않은 것은 입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태롭게 한다는 점에서 결코 용납하기 어렵다.
지난해 1월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와 검단신도시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 그리고 이번에 15개 단지의 철근 누락 조사 결과 등을 보면 우리나라가 과연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전문가들은 수십 년 전 발생한 삼풍 백화점 붕괴 사고나 성수대교 붕괴 사고 때와 비교해 별반 달라지지 않은 주먹구구식 공사 관행을 근본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그동안 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수많은 제도와 법률이 만들어졌으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비용과 시간을 우선시해 대충대충 공사하는 분위기가 여전하다는 것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무량판 구조의 경우에도 공법 자체에는 아무 문제가 없고 오히려 장점이 많은데도 규정과 원칙대로 공사를 하지 않아 부실이 발생했다. 더 심각한 것은 현장을 관리·감독해야 할 감리업체와 LH까지 책임을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그 배경에 LH의 '전관예우'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의심스럽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2015∼2020년 LH 설계용역 수의계약 536건과 건설사업관리용역 경쟁입찰 290건을 분석한 결과 LH 전관 영입업체 47곳이 전체 용역의 55.4%(297건), 계약 금액의 69.4%(6천582억원)를 수주했다고 한다.
파장이 커지자 1일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건설업계의 '이권 카르텔'을 강하게 질타하면서 "무량판 공법으로 시공한 우리나라 모든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대해 전수조사를 조속히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특히 LH 현직에 있을 때는 퇴직자가 있는 업체에 편의를 제공하고 퇴직 후에는 관련 업체에 들어가 공사 수주에 도움을 주는 식의 행태가 LH 주변에 만연해 있다면 발본색원해 부패와 부실의 싹을 잘라야 한다. 2년 전 임직원들의 땅 투기 사건으로 홍역을 치렀던 LH가 다시 '엘피아(LH+마피아)'라는 오명과 함께 도마 위에 오른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다. 설계, 시공, 감리 등 전 과정을 철저히 조사하고 필요할 경우 수사도 의뢰해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한다. 부실이 지하 주차장에 국한된 문제인지도 확인해 봐야 할 대목이다. 불법 하도급, 단가 후려치기, 이권 카르텔 등의 관행이 여전한 상황에서 모든 건물이 규정에 맞게 제대로 지어졌을 것으로 믿기는 어렵다. 주거동까지 허술하다면 이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적어도 주거 공간에서만큼은 국민들이 마음 편히 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건설 현장의 부실을 예방할 수 있는 근본 대책을 마련해 국민의 불안감을 씻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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