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째 무역흑자에도 '수출 플러스' 아직…4분기 실적 기대 고조
수출액 10개월 연속 '마이너스'…원유·가스 수입 줄어 '무역흑자'
반도체·對中 수출 '부진의 늪'…"기저효과로 4분기 반등 신호 예상"
(세종·서울=연합뉴스) 차대운 이슬기 기자 = 7월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우리나라 무역수지가 지난 6월에 이어 두 달째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3월부터 15개월 연속 이어진 무역적자의 터널을 벗어났지만, 완연한 경기 회복의 신호탄이라고 보기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가 하락에 따라 원유, 가스, 석탄 등 에너지 수입이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수출액이 수입액을 웃돌아 발생한 흑자이기 때문이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7월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6.5% 감소해 지난해 10월부터 10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 중이다.
다만, 하반기에는 반도체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4분기(10∼12월)께엔 수출이 '플러스(+)'로 전환될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 원유·가스 수입 줄어든 여파…두달 연속 무역흑자
7월 수입은 원유, 가스, 석탄 등 에너지 수입이 대폭 감소하면서 지난해 동월보다 25.4% 줄었다. 이는 올해 들어 가장 큰 폭의 감소다.
수입 감소율은 3월 -6.5%, 4월 -13.3%, 5월 -14.0%, 6월 -11.7% 등에 이어 7월 -25.4%로 올해 들어 최고치를 찍었다.
7월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 수입액은 지난해 동월(184억달러) 대비 47% 감소한 97억5천만달러였다.
배럴당 두바이유 가격은 80.45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0% 떨어졌다.
에너지를 제외한 수입액은 반도체, 철강 제품, 반도체 장비 등 주요 품목을 중심으로 16.6% 감소한 390억달러를 기록했다.
다만, 이차전지 생산에 필수 원료인 수산화리튬과 탄산리튬 수입액은 각각 4억9천540만달러(46.8%↑), 1억8천만달러(52.7%↑) 증가했다.
이처럼 에너지 수입액이 쪼그라들면서 무역수지는 두 달 연속 플러스로 돌아선 반사효과를 누렸다.
7월 무역수지는 16억3천만달러 흑자를 내 6월(11억3천만달러 흑자) 이후 두 달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이로 인해 올해 1월 126억달러의 사상 최고치 적자를 낸 이후 무역수지 흐름은 개선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 힘 못 쓰는 반도체…對中 수출도 부진
7월 15대 주요 품목별 수출액을 보면 자동차·일반기계·가전 등 3개 품목을 제외한 나머지 품목은 일제히 감소했다.
특히 전통적 수출 효자 품목이자 한국 수출의 근간인 반도체의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반도체 수출액은 74억4천300만달러로, 지난해 7월(112억1천100만달러)보다 33.6% 쪼그라들었다.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 5월(-36.2%), 6월(-28.0%)에 이어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D램·낸드 등의 제품 가격이 하락하면서 수출 비중이 큰 메모리 반도체 수출이 41.7% 떨어지고, 전체 반도체 수출 감소로 이어진 데 따른 것이다.
D램 고정가는 지난해 7월 2.88달러였지만, 올해 1월 1.81달러, 4월 1.45달러, 7월 1.34달러 등으로 지속적인 하락세다.
낸드 고정가 역시 지난해 7월 4.49달러를 기록한 이후 올해 1월 4.14달러, 4월 3.82달러에 이어 7월 3.82달러까지 떨어졌다.
다만, 반도체 수출이 올해 들어 점진적으로 개선 흐름을 보이는 만큼, 하반기에는 업황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도 있다.
메모리 감산 효과가 가시화하고 DDR5와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고성능 제품의 수요 확대도 예상된다.
반도체 등 정보통신(IT) 부문 수출 급감은 중국과 아세안 수출 감소에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대(對)중국 수출액은 99억달러로 25.1% 감소했다. 아세안 수출액 역시 88억2천만달러로 22.8% 줄었다.
대중국 수출은 지난 5월 106억달러, 6월 105억달러를 기록해 두 달 연속 100억달러를 넘겼지만 7월 다시 100억달러 선 아래로 주저앉은 셈이다.
이는 주요 수출 품목인 반도체와 석유화학의 단가가 하락세인 데다 중국 내 산업생산 회복이 지연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대중국 무역수지와 수출 증감률이 올해 3월 이후 개선되고 있다고 본다.
대중국 무역수지는 지난 3월(-27억1천만달러), 4월(-22억7천만달러), 5월(-17억9천만달러), 6월(-13억달러), 7월(-12억7천만달러) 기간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 정부, '수출 플러스' 부심…4분기 실적 기대
정부는 수출액을 증가세로 되돌리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지난달 20일에는 첨단 전략산업 및 소재부품장치 특화단지를 지정해 수출 확대 기반을 마련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폴란드 순방 시 논의된 방산·원전 협력과 우크라이나 재건 협력 등도 밀착 지원하고 있다.
또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법 등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도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 복귀 및 중동 주요국과의 통상 부문 성과가 수출 증가로 이어지도록 노력한다는 입장이다.
이창양 장관은 "무역수지 개선 흐름을 넘어서 수출 플러스로 전환하기 위해 범부처 수출 지원에 총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무역 업계에선 글로벌 경기 회복 결과에 따라 4분기부터는 수출 실적 반등을 예상하고 있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대중국·베트남 수출 감소와 반도체 하락 추세가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 같다"면서도 "다만, 기저효과로 인해 4분기부터는 반등 신호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원장은 또 "상반기 급증했던 자동차 수출이 하반기에는 둔화할 전망이지만, 조선 인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4분기엔 수출 플러스 전환을 기대해봄직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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