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제5호 태풍 '독수리'의 영향으로 피해가 속출한 중국 베이징에서 철도 붕괴로 운행 중이던 열차가 멈춰서 1천900명의 승객과 승무원이 30여시간 고립됐다 뒤늦게 구조됐다.
1일 펑파이신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후 5시께 네이멍구 우하이 서역에서 출발, 베이징 펑타이역으로 향하던 K396편 열차가 하루 뒤인 30일 오전 8시께 베이징 먼터우거우구 뤄포링역 부근에서 멈춰 섰다.
또 지난달 28일 저녁 오후 7시께 신장 우루무치에서 출발, 베이징 서역으로 가던 Z180편 열차도 같은 날 오전 8시께 먼터우거우구 안자좡역에서 멈춰 오도 가도 못했다.
먼터우거우구 일대는 지난달 29일부터 이날 오전까지 470.2㎜의 폭우가 쏟아져 도로와 교량, 철도 등이 끊기거나 붕괴하는 피해가 잇따랐다.
많은 비까지 내려 열차에서 탈출할 수도 없었던 승객들은 음식과 물이 부족한 열차 내에서 배고픔을 견디며 갇혀 불안에 떨어야 했다.
또 휴대전화가 방전되고, 인근 무선 중계탑까지 쓰러지면서 외부와 연락마저 끊겨 가족과 친지들이 애를 태우기도 했다.
승객들은 뒤늦게 군인과 철도 요원들이 12㎞를 걸어 공수한 음식으로 허기를 해결할 수 있었다.
K396편 열차 승객 왕모 씨는 "뤄포링역 부근에 도착한 뒤 열차가 멈췄다"며 "폭우가 쏟아지면서 전방 철도가 파손되고, 산사태 조짐마저 보여 열차가 꼼짝할 수 없었고 불안 속에 구조되기만 기다렸다"고 말했다.
이들은 열차가 멈춰 선 지 30시간가량이 지난 지난달 31일 오후 1시가 돼서야 구조에 나선 철도 당국에 의해 안전 지역으로 이송됐다.
태풍 독수리의 영향으로 중국 베이징과 허베이성 일대에 지난달 29일부터 사흘 동안 폭우가 쏟아져 20명이 숨지고 33명이 실종됐다.
또 이 일대 곳곳에서 홍수가 발생, 59만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고, 12만7천여명이 집을 떠나 긴급 대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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