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물가·근원 물가도 둔화 흐름…'폭우 영향' 채소류 7.1% 상승
(세종=연합뉴스) 박재현 김다혜 박원희 기자 = 물가상승률이 6개월 연속 둔화하면서 2개월 연속 2%대를 기록했다.
최근 폭우의 영향으로 채소류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지만, 석유류 가격이 역대 최대 폭으로 하락하면서 25개월 만의 가장 낮은 물가 상승률을 보였다.
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7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1.20(2020년=100)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2.3% 올랐다.
이는 2021년 6월(2.3%) 이후 25개월 만의 최저치다.
물가상승률은 작년 12월 5.0%에서 올해 1월 5.2%로 소폭 상승한 뒤 2월 4.8%, 3월 4.2%, 4월 3.7%, 5월 3.3%, 6월 2.7% 등으로 둔화세가 지속하고 있다.
구매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144개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작년보다 1.8% 상승, 2021년 2월(1.7%) 이후 29개월 만에 1%로 내려앉았다.
다만 식품 부문은 4.1% 올라 상대적으로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물가 상승률 둔화 흐름을 주도한 것은 석유류였다. 석유류 가격은 1년 전보다 25.9% 하락하면서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85년 1월 이후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경유는 33.4%, 휘발유는 22.8%, 자동차용 LPG는 17.9% 각각 하락했다.
전체 물가상승률에 대한 석유류의 기여도는 -1.49%포인트(p)에 달했다. 석유류가 전체 물가상승률을 1.5%포인트가량 떨어뜨렸다는 의미다.
석유류 가격에 영향을 받는 공업제품과 전기·가스·수도 가격도 둔화 흐름을 보였다. 공업제품의 물가 상승률은 0.0%까지 내려갔고, 전기·가수·수도 상승률은 21.1%로 2022년 9월(14.6%) 이후 가장 낮았다.
개인서비스 가격은 4.7% 올라 상대적으로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다만 상승 폭은 2022년 4월(4.5%) 이후 15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석유류 가격이 역대 최저치로 하락하면서 2%대 물가 상승률을 이끌었다"며 "개인서비스 가격 상승도 둔화하는 흐름이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농축수산물 물가는 폭우 등의 영향으로 채소류 물가가 7.1% 오르면서 전월 대비 1.7% 상승했다.
채소류 물가가 전월보다 오른 것은 지난 3월(1.0%) 이후 4개월 만이다. 특히 상추(83.3%), 시금치(66.9%) 등의 물가가 전월보다 큰 폭으로 올랐다.
다만 1년 전과 비교하면 농축수산물 물가는 오히려 0.5% 내렸다. 작년 7월 폭염 등으로 물가가 크게 올랐던 기저효과 때문이다.
작년 같은 달 대비 상승률은 사과(22.4%), 고등어(9.2%), 닭고기(10.1%), 고춧가루(8.3%) 등이 높았다.
국산 소고기·돼지고기 등 축산물 물가는 1년 전보다 4.1% 내렸고, 오징어 등 수산물 물가는 5.9% 상승했다.
김보경 심의관은 "채소류는 폭우 영향으로 7월 하순경에 많이 올랐다"며 "물가를 세 차례 나눠 조사하는데 세 번째 조사 때 (그 영향이) 많이 나타나 등락률이 낮게 나온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폭우 영향이 온전히 반영되는 다음 조사에서는 채소류 물가 상승률이 더 높게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인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작년 동월보다 3.9% 올라 지난해 4월(3.6%) 이후 1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의 상승률도 6월 3.5%에서 지난달 3.3%로 0.2%포인트 떨어졌다. 마찬가지로 작년 4월(3.1%) 이후 최저치다.
김보경 심의관은 "7월까지는 작년의 기저효과로 물가가 안정된 측면도 있다"며 "기저효과가 사라지는 8월에는 이러한 둔화 흐름이 이어지기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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