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 계속 증가할 것" 불안감에 이사…익숙해진듯 무덤덤한 반응도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의 화려한 고층빌딩들이 최근 며칠간 연달아 드론(무인기) 공격을 받자 그동안 전쟁과 동떨어진 듯 살아가던 모스크바 시민들도 불안을 현실로 느끼고 있다.
지난달 30일과 이달 1일 모스크바의 업무 지구 '모스크바-시티'의 고층 건물들이 드론 공격을 받으면서다. 붉은광장과 크렘린궁에서 7.6㎞ 거리에 있는 모스크바-시티는 유럽에서 고층빌딩이 가장 많은 지역으로 꼽힌다.
건물 외곽의 유리 벽이 깨진 정도로 피해 규모가 크지 않고 사상자도 없었지만, 시민들은 잇단 드론 공격에 충격을 받았다며 이사를 결심하기도 한다.
이 지역 주민 아나스타시아 베르세네바는 1일 영국 BBC 방송에 "밤중에 큰 소리에 깨보니 폭발이 있었더라. 창문 밖 차들이 멈춰 서는 것을 보고 (드론 공격이) 발생했다는 것을 알았다"며 "이곳에서 떠날 것 같다"고 말했다.
베르세네바는 특히 지난달 30일 공격받은 건물이 1일 다시 표적이 됐다는 사실이 불안하다며 "모두가 같은 장소를 두 번 공격하진 않을 것이라고 했는데, 경비원과 나는 좀 충격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모스크바 지역 부동산 중개인 막심 호디레프는 두 번째 드론 공격이 발생한 뒤 고객들로부터 "더는 안전하지 않은 것 같다"며 임대 계약 취소를 고려한다는 편지들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공격이 이것으로 끝이라면 모두 사건들을 잊고 정상으로 돌아가겠지만, 공격이 계속 이어지면 현재 가격에서 거래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모스크바가 계속 공격받을 수 있다는 불안 심리를 이용한 보험 상품도 등장했다. '알파 인슈어런스'는 드론과 같은 비행 물체나 그 잔해가 떨어져 손상을 입었을 때 피해를 보상해주는 주택보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이 업체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현대 세계의 현재 위험에 대해 고객들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덤덤하게 일상을 이어가는 사람들도 많다.
두 차례 공격받은 건물에는 경제개발부, 디지털부, 산업통상부 등 러시아 정부 부처가 입주해 있는데, 해당 부처 직원들은 재택근무로 업무를 지속하고 있다.
이 지역 고층 건물의 한 투자 회사에서 일하는 미를란 이자코프는 "뉴스로 드론 공격에 대해 들었지만, 일에 지장을 받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한 모스크바 시민 알렉산드르 구세프는 로이터 통신에 건물 손상이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 드론 공격은 모기 한 마리가 사람을 문 것과 같다"며 잘 지어진 건물들에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런 시민들의 무딘 반응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다.
러시아 정치분석가 알렉산드르 키네프는 "사람들은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무시하고 있다"며 "그들은 최대한 정상적으로 일상을 지키고 싶어 하기 때문에 이런 사건들을 차단하려고 한다"고 분석했다.
가명 '마샤'로 자신을 소개한 한 시민은 "우리는 나쁜 소식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이런 드론 공격이 평범한 것으로 느껴진다. 불행히도 이게 우리의 새로운 현실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더 많은 공격을 당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소셜미디어에 "모스크바가 본격적인 전쟁에 빠르게 익숙해지고 있다"며 "러시아는 더 많은 미확인 드론, 더 많은 붕괴와 내전, 전쟁을 예상해야 한다"고 적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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