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신용등급 강등에 옐런 등 미 정부 '강력 반발'…"자의적"

입력 2023-08-02 11:10  

피치 신용등급 강등에 옐런 등 미 정부 '강력 반발'…"자의적"
"미국 경제 기초 튼튼"…백악관 "현실 무시한 이번 결정 반대"
일부 전문가들 "예상하지 못해…강등 동기 어리둥절"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1일(현지시간)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전격 강등하자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을 비롯해 미국 정부가 강력하게 반발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옐런 장관은 이날 피치의 결정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하며 관련 조치에 대해 "자의적이며 오래된 데이터를 토대로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국채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유동자산이며 미국 경제의 기초는 튼튼하다"며 "피치의 결정은 미국인, 투자자 그리고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이 사실을 바꾸지 못한다"고 밝혔다.
백악관도 피치의 이번 결정에 대해 강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도 "이번 결정에 강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은 세계 주요 경제권 중에서 가장 강력하게 회복세를 이끌고 있다"며 피치가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신용등급을 낮춘 것은 현실을 무시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을 지낸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교수도 이날 트위터를 통해 피치의 결정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퍼먼 교수는 피치는 지난해 신용등급 하향 조건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의 급격한 증가, 거버넌스의 질 악화, 거시 경제 정책과 전망 등을 내걸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미국의 부채비율 급증은 일어나지 않았고 거버넌스 부문은 크게 변하지 않았으며 거시경제도 작년보다 크게 개선됐다"고 지적했다.
피치는 이날 미국 신용등급을 낮추면서 "향후 3년간 예상되는 미국의 재정 악화와 국가채무 부담 증가, 거버넌스의 악화 등을 반영한다"라고 강등 배경을 설명했다.
피치는 특히 미국 정치권이 부채한도 상향 문제를 놓고 대치하고 이를 마지막 순간에야 해결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3대 국제 신용평가사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한 것은 2011년 이후 12년 만에 처음이다.
국가신용등급 강등 발표가 나온 후 미국 증시 선물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달러화도 약세를 보이는 등 금융 시장에도 충격이 발생한 상황이다.
전문가들도 예상하지 못한 채 단행된 피치의 결정에 놀란 분위기다.
워싱턴DC에 있는 브루킹스연구소 내 '해밀턴 프로젝트' 연구팀장 웬디 에델버그는 로이터통신에 신용등급 강등 시점에 놀랐다고 말했다.
에델버그 팀장은 "피치는 부채 상향 한도 위기가 해결되기 이전에 미국을 부정적 감시 명단에 올려놓았지만, 그 이후 재정 전망에 대한 많은 좋은 뉴스가 있었다"며 재정 상황이 좋은 상태라 신용등급 강등의 동기도 어리둥절하게 여겨진다고 덧붙였다.
트루이스트 어드바이저리 서비스의 키스 리너 투자 책임자도 "이것은 예상치 못한 일"이라며 "시장에 대한 영향의 경우 현재로서는 불확실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장은 나쁜 뉴스에 다소 취약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coo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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