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러에 낀 몽골, 美와 거리좁히기…中압박 위해 美도 환영

입력 2023-08-02 11:50  

中·러에 낀 몽골, 美와 거리좁히기…中압박 위해 美도 환영
몽골 총리 방미…미중 갈등·대립 속 생존로 다각화 모색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 위치한 몽골이 미국과 거리 좁히기를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몽골은 156만4천㎢의 면적에 인구 300만의 국가로 1991년까지 공산주의 국가였던 탓에 중국·러시아와 가까운 나라였으나, 미·중 간 갈등과 대립이 고조돼온 최근 몇 년 새 미국과 가까워지고 있다.
특히 천연자원이 풍부하지만, 자본과 인프라 부족으로 중국 의존도가 큰 몽골로선 미국과 관계 강화로 생존로를 다각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을 압박할 의도로 몽골과 밀착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롭상남스라이 어용에르덴 몽골 총리는 현지시간으로 2일 미국을 방문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을 만난 뒤 미 항공우주국(NASA)도 방문할 예정이다.
몽골 총리의 이번 방미는 지난해 11월 1일 자담바 엥흐바야르 몽골 국가안보위원회 서기가 미국을 방문해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만나 경제·기후·안보 문제와 관련해 미국과의 협력 강화를 약속한 데 이은 것이다. 몽골 측은 미국을 '제3의 이웃'으로 부른다.
작년 10월 28일 일본 도쿄에서 미국, 일본, 몽골의 외교 당국자 회담도 열렸다. 당시 냠도르지 앙흐바야르 몽골 외무부 차관은 마크 램버트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부차관보,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만났다.
주목할 대목은 이 자리에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이라는 비전에 전념하겠다"며 "각 국가의 영토적 완전성과 독립에 대한 존중, 무력의 과시와 사용 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3국 공동성명이 나왔다는 점이다.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은 미국이 중국을 견제할 때, '영토적 완전성과 독립'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할 때 쓰는 표현이다. 따라서 당시 3자회담은 몽골이 중국·러시아와 거리두기를 하면서 미국에 밀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몽골은 작년 8월에도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미국과 첫 '전략 대화'를 갖고 협력 강화를 다짐하는 공동성명을 내놨다.
미국은 중국·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몽골이 중국 북쪽에 있는 지정학적 위치를 중시하는 모습이다. 몽골을 교두보로 삼게 되면 군사·안보 측면에서 중국을 견제할 수 있어서다.
1991년 민주주의 체제로 전환한 몽골 역시 미국의 강력한 지지를 희망해왔다.
몽골로선 무엇보다 생존로 다각화가 시급한 문제다. 구리·석탄 등 천연자원이 풍부하지만, 광물 대부분을 중국 수출에 의존해왔기 때문이다. 인프라 투자 역시 중국 주도로 이뤄지는 탓에 이를 견제할 수단이 절실하다.
몽골에선 2016년 티베트 영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의 몽골 방문을 빌미 삼아 중국이 광물 수수료를 인상하는 등의 수입 제한 조처를 한 데 대한 반감이 상당하다.
몽골은 최근 전기자동차 배터리와 태양열·풍력 발전 등에 쓰이는 원자재 광물 생산·공급이 미·중 간 핫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미국과의 경제 협력 강화에 힘쓰고 있다.
특히 몽골은 천연자원 개발을 위한 인프라 투자에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의 투자를 희망하고 있다. 지난 6월 몽골과 미국은 이와 관련한 인프라 자본 유치 협정을 체결했다. 몽골 정부는 지난달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서비스 사용을 승인했으며, 일론 머스크 측과 몽골 내에 관련 훈련센터 설립을 논의해왔다.
이에 중국도 바짝 긴장하면서 몽골을 챙기는 기색이 역력하다.
지난 1일 중국은 경제적 지원을 위해 인민은행과 몽골은행 간 150억 위안(약 2조 7천억원) 규모의 양자 통화 스와프 협정을 3년 연장했다.
통화 스와프는 외환 위기 등 비상시에, 상대국에 자국 통화를 맡기고 상대측 통화나 달러를 받도록 하는 계약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 6월 28일 톈진에서 개막한 하계 세계경제포럼(WEF) 연례회의(하계 다보스포럼) 참석차 중국을 찾은 어용에르덴 몽골 총리를 직접 만났다.
그에 앞서 작년 11월 27∼28일 오흐나 후렐수흐 몽골 대통령이 중국의 국빈 방문 요청으로 방중하기도 했다.

kji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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