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길고양이 접촉·오염사료 통한 가능성 조사
감염 고양이 격리·치료 방안 검토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최근 서울 동물보호소 두 곳에서 고양이들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에 잇따라 걸려 폐사했지만 감염 경로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방역당국은 조류나 길고양이 접촉, 오염된 사료를 통한 감염 가능성 등을 두고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다.
또 감염된 고양이에 대해서는 반려동물이어서 안락사를 강제할 수 없는 만큼 격리해 치료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길고양이 접촉·오염사료 통한 감염 가능성 조사
2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달 25일과 31일 용산구와 관악구 동물보호소에서 각각 고양이의 AI 확진 사례가 보고됐다.
농식품부는 당초 보도자료를 통해 감염 고양이가 3마리라고 밝혔으나, 이후 두 보호소에서 추가 사례가 더 확인돼 총 7마리로 늘었다.
국내에서 고양이의 고병원성 AI 확진이 보고된 것은 2016년 이후 7년 만이다.
특히 야생조류 월동지나 가금농장 인근이 아닌 서울에서 나온 감염인데다 검사 수가 늘며 추가 확진 사례가 더 나올 가능성도 있어 불안감이 커지고 있지만 아직 감염 경로가 확인되지 않았다.
방역당국은 고양이가 조류를 통해 감염됐을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5∼6월 가금농장과 야생철새 서식지 등에서 AI 표본검사를 4만건 넘게 진행했는데 여기서 AI 항원이 검출된 적은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감염된 길고양이와 접촉이 꼽히고 있다. 당국은 현재 서울시 전역에서 길고양이를 포획해 감염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이와 함께 관악구 동물보호소 사료에서 AI 바이러스의 유전물질 중 일부가 검출돼 당국은 사료를 통한 감염 가능성까지 고려하고 있다.
특히 용산구 보호소에서도 이 브랜드의 사료를 먹였다는 진술이 나와 관련 조사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사료에 고양이가 감염될 정도의 AI 바이러스가 남아 있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 고양이 AI 감염 시 살처분보다 격리 치료 고려
앞으로 고양이의 AI 감염 사례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어 감염된 고양이의 치료도 과제다.
고병원성 AI는 1종 법정가축전염병으로, 감염된 가축은 살처분한다.
그러나 고양이는 반려동물이기 때문에 안락사를 강제할 수 없는 만큼 방역당국의 고민이 깊다.
이에 격리시설을 마련하고 AI에 감염된 반려동물을 격리하고 치료하도록 하는 방안을 내부 검토 중이다.
현재까지 고양이를 통해 사람에게 AI가 전파될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병원성 AI가 조류에서 포유류로 넘어간 뒤 사람에게 감염된 사례는 없었다.
방역당국은 조사 과정에서 살균·멸균 과정 없이 제조된 사실이 확인된 사료에 대해서는 제품을 회수·폐기하도록 조처했다.
회수·폐기 대상 제품은 5월 25일부터 전날까지 제조된 토실토실레스토랑 브랜드의 '밸런스드 덕', '밸런스드 치킨' 등 2개 제품이다.
해당 사료를 만든 업체는 경기 김포시 소재 '네이처스로우'로, 장비 고장으로 5월 25일 이후 만든 사료는 살균·멸균 과정 없이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러스 유전물질의 일부가 발견된 밸런스드 덕 사료의 경우 6개월 전 국내에서 AI가 유행했던 시기에 만들어진 국산 오리고기를 사용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해당 사료는 3천200여개가 판매됐고 구매자는 212명이다.
구매자를 지역별로 보면 서울 70명, 경기 67명, 경북 13명, 인천 11명, 경남 9명, 충남 8명, 대구·전남 각 6명, 부산·전북·강원 각 5명, 충북 3명, 울산 2명, 광주·대전 각 1명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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