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자신을 모욕한 영국 록밴드 플라시보의 리더 브라이언 몰코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2일(현지시간) 멜로니 총리가 변호사를 통해 수사기관에 고소장을 제출하고 정식으로 수사를 의뢰했다고 보도했다.
몰코는 지난달 10일 이탈리아 북부 토리노 인근 스투피니지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멜로니 총리를 향해 '파시스트', '인종차별주의자', '나치'라고 했다. 당시 콘서트장에는 1만여명의 관객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멜로니 총리는 2차 대전 당시 독재자였던 베니토 무솔리니 이후 가장 극우적인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시 콘서트장에서 근무하던 경찰의 신고로 사건을 인지한 토리노 검찰은 몰코의 발언이 국가기관 모독 혐의가 있다고 보고 조사 중이다.
혐의가 인정될 경우 몰코는 1천∼5천유로(약 140만∼7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플라시보는 전 세계적으로 1천400만장 이상의 음반 판매량을 기록한 영국의 유명 얼터너티브 록밴드다.
밴드의 리더이자 보컬과 기타를 맡은 몰코는 공개적으로 자신이 양성애자란 사실을 알려왔다.
멜로니 총리가 자신을 모욕한 사람에게 법적으로 대응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총리가 되기 전부터 강경 난민 정책을 주장해온 멜로니는 2020년 12월 지중해 이주민 이슈를 다룬 TV 토크쇼에 당시 이탈리아형제들(Fdl) 정당 대표 자격으로 작가 로베르토 사비아노와 함께 출연했다.
자료 영상으로 난민 보트 전복사고로 갓난아기를 잃은 어머니가 절규하는 장면이 나간 뒤 흥분한 사비아노는 멜로니를 향해 욕설을 내뱉었다.
멜로니 총리는 토크쇼가 끝난 뒤 사비아노에 대한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고, 국제 언론 단체의 소송 취하 촉구 호소에도 불구하고 결국 사비아노를 법정에 세웠다.
사비아노는 이탈리아 나폴리의 마피아 조직 카모라의 실상을 고발한 소설 '고모라'의 작가로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으로, 유죄가 인정되면 사비아노는 최대 3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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