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 군벌충돌 격화 속 625만명 굶어죽기 일보직전"

입력 2023-08-03 10:02   수정 2023-08-03 15:24

"수단, 군벌충돌 격화 속 625만명 굶어죽기 일보직전"
유엔기구 분석…피란·시설파괴·생산마비 탓 식량사정 악화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정권 장악을 위한 군벌 간 충돌이 격화하는 아프리카 수단이 재앙적인 식량위기에 직면했다.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는 2일(현지시간) 실태 보고서를 통해 수단 인구의 42%인 2천30만명이 심한 식량난을 겪는다고 분석했다.
안정부터 재앙까지 심각성에 따른 1∼5단계 분류에서 4단계 비상사태에 625만6천명, 3단계 위기에 1천403만3천명이 집계됐다.
인도주의 재앙을 뜻하는 가장 심각한 1단계에 해당하는 인구는 아직 없었다.
유엔 인도주의 업무 조정국의 수단 지부는 "630만명 정도가 기아(famine) 일보 직전에 몰렸다는 것"이라고 실태를 설명했다.
유엔은 한 국가나 지역의 인구 상당 부분이 적절한 음식을 섭취하지 못해 심한 영양실조를 겪거나 굶어 죽는 사태를 기아로 규정한다.
FAO는 군벌들의 무력분쟁과 경제활동 부진 때문에 식량위기가 악화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식량불안이 가장 심각한 인구는 현재 분쟁이 일어나는 곳들"이라고 지적했다.

수단에서는 2019년 8월 쿠데타로 함께 정권을 잡은 군벌들의 사이가 틀어져 올해 4월 시작한 전투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군부 지도자인 압델 파타 알부르한 장군과 2인자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신속지원군(RSF) 사령관의 타협점은 보이지 않는다.
국제사회의 요구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공방이 되풀이되면서 구호품을 전달할 인도주의 통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무력충돌 전에 이미 우려를 사던 수단의 식량난은 급격히 악화했다.
FAO는 군벌들의 충돌 과정에서 발생한 대규모 피란사태가 식량사정 악화를 연쇄적으로 부채질한다고 지적했다.
수단 전역에서 터전을 잃은 이들이 260만명, 이들 가운데 주변국으로 달아난 이들이 75만7천여명으로 집계된다.
FAO는 교전에 따른 공공 서비스 차질과 경제활동 마비도 식량난 가중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 기구는 "의료, 전력공급, 통신 등 핵심 기반 시설이 심각하게 훼손돼 식량불안과 영양실조를 부추긴다"며 "시장 파괴, 식량가격 급등 탓에 생활에 필수적인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접근이 더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jang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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