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레 우려 이어 장기불황 가능성…"고성장 이제 종료된 듯"
中 적극적인 소비촉진책 제시…부동산 경기 부양 기대감 여전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중국 경제가 '일본식 침체'의 문턱에 섰다는 평가가 나오는 반면 전기차와 배터리 등을 중심으로 반등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등 전망이 엇갈린다.
수출은 많이 감소하고 부동산 가격 하락이 지속하는 가운데 일부 하이테크 산업과 서비스 분야의 호황이 겹쳐서다.
올 초부터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사실상 해소되면서 중국 경제가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였으나, 2분기를 지나면서 중국 경제에 의구심이 일었다.
이미 여러 가지 지표는 중국 경제의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으나 중국 정부는 디플레 우려는 없다는 입장이다.
중국 당국은 이전의 경제위기 때마다 꺼내 들었던 대규모 부동산 지원책을 꺼리고 있다.
대신 전기자동차·가전제품 등을 중심으로 소비 촉진책을 내놓고 있으나, 시장 반응은 신통치 않다.
◇ 中에 '장기 불황' 불안감 엄습…성장 동력 잃었나
중국에선 근래 일본식 장기 침체를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지난달 17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6.3%)을 발표하면서 우려가 커졌다. 1분기의 4.5%를 넘었지만, 시장 기대치(7.1∼7.3%)에 크게 못 미쳤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가 '위드 코로나'를 계기로 크게 반등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소비, 투자, 지출 등에서 회복세가 더디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씨티그룹과 JP모건은 당초 5.5%였던 올해 중국 GDP 성장률 전망치를 5%로 내렸다. 모건스탠리도 당초 예상치(5.7%)보다 하향한 5%로 조정했다.
2분기 성장률 발표 이전에도 디플레이션 우려가 팽배했다.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지난 2월 1.0%를 기록한 뒤 3∼5월 1% 미만을 보이다 6월에 0%로 하락했고, 작년 10월 마이너스로 돌아선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지난 6월에 2015년 12월(-5.9%)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한 상태다.
6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2.4% 줄어 2020년 2월 이후 최대 감소 폭을 나타냈다.
중국의 청년 실업률도 만만치 않은 변수다. 6월에 이미 사상 최고치인 21.3%를 기록했다. 단순한 일자리 부족보다는 IT 등 청년층이 선호하는 일자리가 부족한 '일자리 미스매치(불일치)'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이 또한 중국 경제의 하반기 전망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3일 최근 경제지표의 흐름을 알려주는 씨티그룹의 경제 서프라이즈 지수(ELS)를 인용해 올해 들어 기대치 이상의 고공행진을 하던 중국 경제가 지난 5월을 기점으로 기대치 이하로 하락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2분기에 중국 부동산 침체가 확연해졌다면서 지난 6월 중국 내 주택 판매와 주택 건설이 전년 동월 대비 각각 18%, 10% 감소한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에서 부동산 부문은 전체 GDP의 20%에 달해 이 분야의 경기 침체는 경제 성장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1일 중국이 물가 하락과 소비 부진 등 일본의 길을 따라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SCMP는 감내할 수준을 넘은 것으로 보이는 지방부채 문제로 지방정부 재정이 갈수록 악화하는 상황에서 중국 소비자들이 미래를 위해 소비를 줄이는 것도 과거 일본과 유사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의 고성장은 이제 종료됐다고 평가했다. 미국을 필두로 서방이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을 줄이는 것도 중국으로선 큰 부담이라고 진단했다.
◇ 자동차·배터리·서비스 '호황'…中, 위기 극복 자신감
이런 상황에서 중국 당국은 여러 가지 변수로 상황은 어렵지만,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보인다.
시진핑 국가주석 주재로 지난달 24일 회의를 개최한 공산당 중앙정치국은 '내수 부진'과 '부동산 리스크', '외부 환경의 어려움'으로 경제 회복이 더디다는 점을 시인하면서도 "기복이 있는 발전과 곡절이 있는 전진의 과정"이라고 밝힌 데서도 그런 분위기가 역력하다.
중국은 전기자동차·배터리·재생에너지 등의 분야가 호황을 누리고 있는 점을 최대한 활용해 이번 경제 위기를 극복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중국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은 이미 세계 최강국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 자동차 생산량은 1천324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9.3% 늘었다. 이 기간에 신에너지차(수소·하이브리드·전기차) 생산량은 378만8천대로 42.4%, 수출과 내수를 포함한 판매량은 374만7천대로 44.1% 각각 급증했다.
중국은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58.1% 증가한 106만9천대의 자동차를 수출, 일본(95만4천대)을 제치고 세계 1위 자동차 수출국에 올랐다.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의 세계 1, 2위도 중국 CATL(닝더스다이)과 BYD(비야디)다.
중국 당국은 대규모 부동산 부양 정책을 지양하되, 전기차와 전자제품 소비를 극대화한 경기 부양책을 펴겠다는 의지를 강조해왔다.
중국 정부는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가 열린 지 일주일 후인 지난 31일 소비 촉진책을 발표했다. 거시경제 주무 기구인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와 공업정보화부 주도로 상무부, 문화여유부, 시장감독관리총국 등의 부처가 참여한 가운데 '소비 회복 및 확대에 관한 20개 조치'를 선보였다.
여기에는 국영기업·대기업의 유급휴가제·탄력 근무제 개선을 통한 휴가 장려 등을 바탕으로 야간 관람 허용·공동입장권 발매, 노후 자동차 교체·노후 주택 리모델링 허용을 포함한 다양한 소비 촉진책이 담겼으나, 부동산 시장 살리기 대책은 거의 없었다.
과거 살던 집을 처분하고 새로 주택을 구매할 때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첫 지불금인 서우푸(首付) 납부 비율 우대 혜택을 준다는 정도에 그쳤다.
블룸버그는 중국 경제가 일본식 침체로 갈지, 아니면 전기차 등의 호황을 축으로 반등할지는 새 성장 축의 성장 속도가 부동산 경기 하락을 만회할 수 있을지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 부동산 대책 시사한 7월 정치국 회의 발표문…기대감 커져
고도 경제성장 시기와는 달리 안팎의 불확실성이 커져 중국인이 지갑을 닫는 상황에서 부동산 부양 대책 요구는 여전하다.
중국 국민에게 집이 가장 우선적인 자산 투자 대상이라는 점에서 부동산 경기가 살아야 소비도 살 수 있다는 논리가 팽배하다.
외신에 따르면 당 중앙정치국의 7월 회의에서 2019년 이후 처음으로 인프라 지출의 가속화를 포함한 경기 대응 대책을 약속하면서, 부동산 경기 부양책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 7월 중앙정치국 회의 발표문에 시 주석이 늘 강조하는 "집은 거주하는 곳이지 투기 대상이 아니다"라는 경고성 슬로건이 빠져 그런 기대감을 키웠다.
중국 부동산 시장이 타격을 받은 지는 오래다. 일본식 부동산 버블 현상을 우려하면서 최근 1∼2년 새 대대적인 단속을 펴왔기 때문이다.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인 헝다(恒大·에버그란데)가 2021년 말 도산 위기에 처했고, 부동산 개발업체 대부분은 유동성 위기로 신음해왔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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