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매체 "시진핑 1인 지배로 베이다이허 회의 영향력 약화"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 전·현직 지도자들이 여름 휴가철에 주요 현안을 비공개로 논의하는 이른바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4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바닷가 휴양지인 베이다이허가 위치한 허베이성 친황다오시의 경비가 강화됐다.
또 친황다오시 정부 공지에 따르면 7월부터 8월 말까지 관내 모든 민간 무인기 비행이 금지됐다.
이런 가운데 중국 최고 지도부인 공산당 중앙정치국의 상무위원이자 당 서열 5위인 차이치 당 중앙서기처 서기가 전날 베이다이허에서 자국을 대표하는 57명의 연구원, 과학자, 전문가들이 모인 행사에 참석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축사를 대독했다고 관영 통신 신화사가 보도했다.
중앙정치국 위원인 리간제와 국무위원인 선이친도 이 행사에 참석했다.
해당 행사는 시 주석을 비롯해 다른 중앙정치국 위원들이 지난 며칠간 공개 석상에서 사라진 가운데 열렸다.
중국중앙TV(CCTV)는 계속해서 연일 중국 지도부의 지시나 그들이 외국 지도자들과 전화 통화한 소식을 전하고 있지만 지도자들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시 주석도 '건군절'(8월 1일)을 앞두고 지난달 31일 베이징에서 열린 인민해방군 상장(대장) 진급식에 참석한 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보안이 강화되고 중국 지도부가 일제히 공개석상에서 사라진 것은 통상 열흘간 진행되는 여름 베이다이허 회의가 시작했다는 분명한 신호라고 SCMP는 설명했다.
중국 지도자들은 매년 8월 베이다이허에 모여 국정 방침과 인사 문제 등을 조율해왔다. 이는 마오쩌둥 시절부터 이어져 온 전통이다.
다만 회의 개최 여부는 물론, 일정과 내용 등이 사전에 공개되지는 않아 매년 회의를 앞두고 여러 추측이 나온다.
베이다이허 회의가 열리는 기간 국정 운영도 속도 조절에 들어간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달 31일부터 2주간 일일 브리핑을 중단했다.
차이 서기가 베이다이허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했다는 보도는 2019년 이후 처음으로 나온 베이다이허 회의와 관련한 공식 기록이라고 SCMP는 짚었다. 그동안은 코로나19와 그에 따른 여행 제한으로 행사 개최에 지장이 초래됐다는 설명이다.
베이다이허 회의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지만, 그 정치적 영향력은 예전만 하지 못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때 베이다이허 회의는 중국 공산당 내 치열한 권력 투쟁의 장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시 주석이 1인 지배 체제를 공고히 하고 당의 집단지도 체제와 거리를 두면서 해당 회의의 중요성도 약해지고 있다고 SCMP는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미 2020년에 한 소식통은 베이다이허 회의가 이제 지도부의 전형적인 여름휴가에 더 가깝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prett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