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올해 외국 방문 이틀에 불과한 이유…내정에 발목?

입력 2023-08-04 10:53  

시진핑, 올해 외국 방문 이틀에 불과한 이유…내정에 발목?
"내치 시급"…中경제 위기·친강 사태·군 숙청 등 문제 거론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올해 외국 방문 체류 일수가 단 '이틀'에 불과해 그 배경이 관심을 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4일 보도했다.
시 주석은 지난 3월 21∼22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만난 게 올해 외국 방문의 전부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2020년 1월부터 1천 일 동안 외국 방문을 하지 않은 시 주석은, 지난해 9월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을 시작으로 같은 해 인도네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았다. 팬데믹이 사실상 종료된 올해부터 외국 방문 횟수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그 예상은 빗나갔다.

시 주석은 팬데믹 이전에는 외국 방문이 잦았다.
블룸버그는 2012년 말 제18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를 계기로 집권한 시 주석의 외교 일정 분석 결과, 2013∼2019년에 연평균 14차례 외국을 방문해
재임 당시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12차례를 상회했다고 전했다.
중국의 외국 고위 인사 초청 횟수도 줄었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포함해 36개국의 대표가 방중 초청을 받아 시 주석을 만났으나, 이는 2019년 이전의 경우 1~7월 평균 48명과 비교할 때 뚜렷이 감소한 것이다.
팬데믹 기간에 시 주석은 외국 정상과 화상 통화로 자주 연결했으나, 올해엔 체코 대통령과 단 한 차례 하는 데 그쳤다.
블룸버그는 중국이 미국과 영향력 확대 경쟁을 하는 상황에서 시 주석의 대면 외교 감소는 중국에 유리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짚었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쑹원티 연구원은 시 주석에게 외교보다 더 우선순위의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침체 중인 중국 경제를 회생시켜야 하는 문제에서부터 최측근 친강 외교부장 해임 사태, 부패설에 휩싸인 인민해방군 로켓군 사령관 교체 등 시급한 사안이 시 주석의 외국 방문길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중국 경제는 최근 몇 개월 새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 청년실업률, 수출 등의 지표와 실적이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을 가리키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장기 불황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외교부장에서 면직된 친강이 아직 공산당 중앙위원회 중앙위원과 국무원의 국무위원 자리를 유지하는 등 어정쩡한 상태로 있는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이를 두고 중국 내부에 권력 다툼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시 주석은 지난달 31일 상장(대장) 계급의 리위차오 로켓군 사령관과 그의 측근을 전격으로 교체했으며, 사정당국인 당 중앙군사위원회 기율감찰위원회가 로켓군을 겨냥해 대대적인 반부패 조사를 벌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로켓군은 중국의 핵미사일 부대를 관할한다.
이런 가운데 시 주석이 오는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불참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블룸버그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홍콩의 존 리 행정장관을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11월 APEC 정상회의 참석을 차단하려는 움직임이 시 주석의 APEC 불참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28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의 존 리 행정장관 초청 거부는 "APEC 규칙과 회의 개최 약속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반발한 바 있다.

시 주석은 2021년 바이든 미 대통령 취임 이후 한 차례도 미국을 방문하지 않았다.
강압·폭력적인 코로나19 정책, 신장위구르 인권 탄압,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용인 등으로 중국에 대한 비호감이 증가한 점도 외국 지도자들이 시 주석 초청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고 이 통신은 전했다.
미국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의 닐 토머스 연구원은 "서구 지도자들은 시 주석을 만남으로써 찬사를 받기보다는 비판받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싱가포르국립대 리콴유 공공정책학원의 알프레드 우 교수는 "'3기 집권'에 들어간 시 주석으로선 우선순위가 안보 분야와 내부 통치를 확고히 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kji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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