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헤미안 랩소디' 작곡에 쓰인 프레디 머큐리 피아노 경매에

입력 2023-08-04 11:47  

'보헤미안 랩소디' 작곡에 쓰인 프레디 머큐리 피아노 경매에
내달 런던 소더비경매에 옷·가구·사진 등 유품 3만점 등장


(서울=연합뉴스) 강진욱 기자 = 영국 록 밴드 '퀸'의 리드 보컬이었던 프레디 머큐리가 세계적 히트곡 '보헤미안 랩소디'를 작곡할 때 사용한 피아노 등 그의 유품들이 내달 런던의 소더비 경매에 나온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검은색 래커가 칠해진 이 야마하 베이비 그랜드 피아노는 각종 공예품과 의류, 가구, 사진, 머큐리가 직접 쓴 가사 및 잡동사니 등 약 3만점의 경매가 끝날 때까지 전시된다.
베이비 그랜드는 피아노의 폭보다 길이가 짧은 그랜드 피아노를 말한다.
전시될 물품에는 금과 플래티넘 디스크, 호화로운 무대 의상, 폴라로이드 사진들, 납작한 모양의 술병인 힙 플라스크, 공연 여행 때 함께 한 알파벳 말맞추기 게임판인 스크래블 보드가 포함된다.
토마스 윌리엄스 소더비 이사는 "프레디는 물건을 쌓아두기를 좋아해 뭘 버리는 법이 없었다"며 "그의 유품을 통해 우리는 그의 소싯적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 360도 각도에서 머큐리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머큐리는 45세인 1991년 자신이 에이즈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리면서 팬들에게 "이 끔찍한 병마와의 싸움"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한 지 불과 24시간 만에 사망했다.
그는 켄싱턴의 저택 '가든 롯지'와 내부 집기 등을 자신과 가장 가까웠고 자신이 가장 신뢰했던 친구 중 한 명인 메리 오스틴에게 남겼다.
그가 사망한 지 32년이 지난 올해 오스틴(72)은 머큐리가 남긴 모든 것을 팔기로 결정했다.
개별 물품의 경매 예상가는 도자기 장식 20파운드(약 3만3천원)부터 베이비 그랜드 피아노 300만 파운드(약 49억6천만원)까지 다양하다.
총경매가는 760만∼1천100만 파운드(약 125억7천만원∼181억9천만원)로 예상된다.
윌리엄스 이사는 "많은 사람이 프레디가 쓰던 작은 물건에 입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더비는 15개 갤러리로 나눠 주제별로 프레디의 물품을 전시할 예정이며, 이 중 한 곳은 머큐리가 관심과 애정을 보였고 그가 7차례나 오가며 수집한 일본 미술품과 공예품들로 채워진다.
윌리엄스 이사는 "머큐리는 일본과 그 문화에 푹 빠져 있었고 그의 연출 기법에도 그 영향이 분명히 있었다"며 "그가 수집한 예술 작품과 그가 창조한 예술 사이에는 분명한 연관성이 있다"고 말했다.
가든 롯지에 있는 독특한 일본풍 응접실이 그의 안식처였으며, 그곳 캐비닛에는 옻칠한 상자와 차 세트, 잉어 문양의 꽃병이 놓여 있다.
머큐리는 약 50벌의 실크 기모노를 수집했고 그중 일부는 공연 무대에 등장하기도 했다.
또 다른 방은 머큐리가 정기적으로 디너파티를 열었던 가든 롯지의 만찬장을 재현했다.
이곳에는 가죽 제본에 금박을 입힌 특별한 책이 전시되며 이 책에는 손님의 이름과 메뉴 및 복장 규정이 나온다.
기록에 의하면 머큐리는 한 번 "평상복 차림 그대로" 만찬을 열었다.
또 어느 날 탄자니아의 잔지바르와 인도의 뭄바이에서의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카레로 손님들을 대접했으며, 생일과 크리스마스 때는 빛이 번쩍이는 밝은 노란 색조의 식당에서 화려한 만찬을 즐겼다.
윌리엄스 이사는 "프레디는 무대에서뿐만 아니라 화려한 만찬과 모임에서도 훌륭한 엔터테이너였다"고 말했다.
고양이를 주제로 한 예술품과 장식품, 티셔츠 및 길 잃은 여섯 마리의 고양이에게 선사한 물건들도 한곳에 모아져 있다.
윌리엄스 이사는 "그는 정말로 고양이에게 빠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머큐리가 고양이 한 마리를 무릎에 앉히고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은 "정말 순수하고 친밀한 순간"을 보여주는 것으로 별도로 경매에 부쳐진다.
머큐리는 음식이 한가득 담긴 접시와 빈 접시를 배경으로 앉아서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 한 쌍도 남겼다.
윌리엄스에 따르면 이번 경매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여러 가지 색상의 조명이 켜지는 1941년판 부를리쳐 주크박스다.
머큐리는 이 물건을 집안 이곳저곳으로 옮겨 놓다가 마지막에는 자신이 "가든 롯지의 뛰는 심장"이라고 부르던 부엌에 두고 레이 찰스의 '할렐루야 아이 러브 허 소'(Hallelujah I Love Her So)와 리틀 리처드의 '립 잇 업'(Rip It Up) 등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들었다.
가디언은 머큐리의 일생을 다룬 책 '프레디 머큐리 : 그의 삶'에 "나는 화려한 멋진 잡동사니에 둘러싸여 있는 것을 좋아해"라는 글귀가 있다며 그의 수집품에는 재미와 우아함이 관통한다고 논평했다.
오스틴은 경매 수익금의 일부를 머큐리 피닉스 트러스트와 엘튼 존 에이즈 재단에 기부할 계획이다.
kjw@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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