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상의 데이터에 대한 의문 제기 소개하며 검증 필요성 강조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한국 연구진이 '꿈의 물질'로 불리는 상온·상압 초전도체라며 제시한 'LK-99'에 대해 "많은 전문가가 조심스럽게 회의적인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초전도체(superconductor)는 특정 온도에서 전기저항이 '제로(0)'가 되는 물질을 말한다.
주변 자기장을 일절 거부하는 특성도 가져 자석 위에 올리면 '공중부양' 하는 모습을 보인다.
한국 벤처 퀀텀에너지연구소 연구진이 그간 초저온·초고압 조건에서만 구현 가능한 것으로 여겨져 온 초전도체를 상온·상압 조건에서 만들었다면서 납, 구리, 인회석 등으로 구성된 'LK-99'를 소개한 논문과 자석 위에서 몸체 일부가 떠 있는 LK-99의 영상을 최근 공개하면서 세계적 관심을 끌었는데, NYT는 그 신빙성에 대한 회의적인 평가들을 중점적으로 소개했다.
NYT에 따르면 미국 메릴랜드대 응집물질이론센터(이하 센터)의 산카르 다스 사르마 박사는 "초전도체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리기는 너무 이르다"면서도 "(논문에서 제시한) 데이터는 극도로 추정적이며 확실하진 않다"고 평가했다.
사르마 박사는 센터의 트위터 계정에 올린 논평에서 "한국 과학자들이 LK-99가 초전도체로 전환된다고 밝힌 온도에서 전기저항이 떨어지긴 했지만 '제로'가 되진 않았다"며 "그 물질(LK-99)의 전기저항은 순동(純銅)과 다른 좋은 전도성 금속들에 비해 약 100배 높았다"고 썼다.
또 LK-99의 공중부양 동영상에 대해서는 "흑연을 포함, 초전도체가 아닌 물질들도 같은 방식으로 부분적인 부양을 할 수 있다"고 썼다.
논문 저자들이 공개한 영상을 자세히 보면 LK-99는 완전히 뜬 것이 아니라 한쪽이 자석에 거의 닿은 모습이다. 이 모습에 대해 초전도체라 단정하기 어렵다는 회의적인 반응이 많다.
사르마 박사는 이어 여러 저명한 물리학자들로 구성된 연구그룹들이 LK-99가 실제로 상온·상압 초전도체인지에 대해 연구 및 측정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 정도로 엄청난 주장은 매우, 매우 조심스럽게 검토돼야 한다"며 "'승리 선언'을 하기 전에 독립적인 집단들이 가능한 수단을 모두 동원해 LK-99를 구현해 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성능 컴퓨터를 활용해 'LK-99' 구조에서의 전자 이동경로 등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초전도성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는 취지의 출판전 논문을 통해 LK-99 열풍에 기름을 부은 장본인인 시네드 그리핀 미국 로런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 연구원도 NYT와의 인터뷰에서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핀 연구원은 자신의 LK-99 관련 논문상의 시뮬레이션 결과가 초전도성을 인정한 것은 아니라면서, 논문에 적시된 전자 구조 관련 계산 결과가 확정적인 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앞서 그는 트위터에 자신의 논문을 소개하면서 2016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행사장에서 마이크를 들었다가 일부러 떨어트리는 장면을 올렸다.
이는 '성배 발견'을 선언한 것처럼 해석되면서 트위터에서 급속히 퍼지며 LK-99 열풍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
휴스턴의 라이스대 물리학과 더글러스 나텔슨 교수는 그리핀 연구원의 논문에 대해 "정말로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 논문이 틀렸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도 LK-99에 대해 잇달아 나오고 있는 각종 출판전 논문들에서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고 부연했다.
NYT는 LK-99에 환호하는 일반인들의 SNS 반응 등도 소개하면서 "초전도체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좀 더 조용했다"라며 "다만 이들은 이번 일로 물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진 데 감사해하면서도 왜 이번 사례에 유독 사람들이 열광하는지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고 전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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