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P "미국 핵심 파트너에서 유럽·아시아 등과 협력 강화"
"무기 판매 계기로 안보·정치·경제 협력 도모"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 한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무기 수출을 확대하는 동시에 그간 미국에 집중됐던 외교·안보 관계도 다각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외교전문 매체 포린폴리시(FP)는 3일(현지시간) 한국이 무기 수출을 통해 돈을 버는데 그치지 않고 유럽 등 다양한 국가와 외교·안보 관계를 구축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고 보도했다.
FP는 기존의 한국은 미국의 안보 보장을 받는 대신 미국 안보 정책을 지지하는 동맹국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나라였다고 설명했다.
이 매체는 냉전 시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대립점에 위치하고, 북한·중국과 마주하고 있는 지정학적 특성상 한국은 미국의 핵심 파트너일 수밖에 없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최근 한국은 '모든 지정학적 계란을 한 동맹의 바구니 담지 않는다'는 기조로 안보 협력 네트워크를 확장해 나갔으며, 그 핵심 수단이 바로 무기 판매 였다고 FP는 분석했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안보 우려가 커진 유럽에서 한국 무기에 관심을 보였다.
지난해 9월 폴란드가 한국과 137억달러 규모 무기 수출 계약을 체결한 이후 에스토니아, 핀란드, 노르웨이 등 다른 러시아 인접국들도 한국에서 군 장비를 사들였다는 것이다.
방위산업이 쇠퇴하고 있던 유럽 국가들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느라 바닥난 무기고를 한국산으로 채워나갔다. 한국은 최신 무기를 빠르게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그 덕분에 한국은 2022년 세계 9위 무기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한국은 무기를 구매한 국가들과 안보, 정치, 경제적 협력도 강화했다.
예를 들어 한국은 아랍에미리트(UAE)에 무기를 판매·이전한 것을 지렛대로 삼아 합동 훈련, 군사 장비·기술 개발, 정보 공유 등 포괄적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유럽연합(EU), 오스트리아, 독일, 스페인, 영국도 한국과 관계를 구축·개선했다. 과거 유럽과 한국의 안보 관계는 미국을 매개로 이뤄진 경우가 많았던 것과 비교하면 큰 변화라고 FP는 주목했다.
FP는 한국이 무기 판매를 통한 안보 관계 다각화로 북한과 중국을 견제하는 효과를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도네시아와 전투기를 개발하고, 필리핀과 군사 훈련을 하고, 인도와 합동 무기 생산을 모색하는 것 등이 그 일환이라는 것이다. FP는 한국이 대만, 일본과도 안보 관계를 개선해 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매체는 미국이 한국의 안보 관계 다각화를 부정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국제관계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기 때문에 한국이 다른 나라와 협력한다고 해서 미국과 협력을 끊는 것은 아니며, 한미일 3자 협력, 한-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협력처럼 한국의 새로운 안보 관계에 미국이 포함되기도 한다고 FP는 설명했다.
미국 무기 업체 입장에서는 한국에 시장을 빼앗기는 게 아닐까 경계할 수 있다. 그러나 FP는 한국과 다른 나라의 관계가 강해지면 미국은 해외에 투입하는 군비를 절감해 이득을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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