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침공 사흘째 아이 셋 태우고 귀가 중 피격…턱뼈 골절 중상
'저항의 상징'으로 떠올라…"전쟁으로 다쳤지만 회복력 보여줘"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전쟁이 시작된 직후 총알에 맞아 한쪽 눈을 잃은 우크라이나 여성이 잡지 플레이보이 표지를 장식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플레이보이 우크라이나는 최근 외과의사이자 모델, TV 진행자 등으로 활동하는 이리나 빌로체르코베츠가 커버 모델로 등장하는 온라인 최신호를 공개했다.
빌로체르코베츠는 '여성은 강인하다'를 주제로 하는 이번 특별판 시리즈에서 시력을 잃은 왼쪽 눈을 하트 모양의 은색 안대로 가리고, 금속 재질의 비키니를 입은 채 포즈를 취했다.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의 보좌관으로 일하는 정치인 남편을 둔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사흘째인 지난해 2월 26일 세 아이를 차에 태우고 집에 가다가 총격을 받았다.
빌로체르코베츠는 이로 인해 좌측 안구를 잃고 턱뼈가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고, 수차례에 걸친 재건 수술에 이어 몇 달간 병상 신세를 져야만 했다.
피습으로 정신을 잃었던 그는 의식을 되찾은 후 처음으로 거울을 찾아봤을 때를 돌이키며 "눈 하나가 사라지고, 몸 이곳저곳에 삽관이 되고, 수술 때문에 머리카락은 전부 깎인 상태였다"고 말했다.
이어 "꿰맨 자국과 흉터, 상처가 여기저기에 남아있는 나는 프랑켄슈타인 같았다"며 몸서리쳤다.
텔레그래프는 이 공격을 두고 친러시아 세력의 소행이라는 의심이 제기됐으며, 빌로체르코베츠는 이후 우크라이나인들 사이에서 '저항의 상징' 중 하나가 됐다고 설명했다.
개전 당시 최전방은 수도 키이우에서 몇㎞ 떨어진 곳이었지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겨냥한 암살 시도가 일주일간 세 차례나 벌어지는 등 러시아 민간 용병단 바그너그룹 공작원과 체첸 특수부대 등 친러시아 세력이 키이우에서 활동하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부상에서 어느 정도 회복한 빌로체르코베츠는 음악가 등 예술계 인사들과 함께 사기 진작을 위한 행사를 진행하는 '우크라이나 문화군'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빌로체르코베츠는 "내 얼굴은 더는 예쁘지 않지만, 나머지 신체는 아름답다"고 말했다.
플레이보이 우크라이나는 성명을 통해 "전쟁 중 상처를 입고도 삶에 대한 갈망을 잃지 않고 힘과 동기부여의 모범이 되어줌으로써 여성의 회복력을 보여주는 '여성은 강인하다' 특별판에 빌로체르코베츠를 섭외했다"고 설명했다.
잡지 측은 이번 시리즈 수익을 우크라이나군 응급의료장비 마련을 위해 기부할 방침이다.
d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