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치 5∼10년 지나면 불이익 없도록…유럽 다수 국가 시행중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이탈리아에서 암 완치자의 '잊힐 권리'를 보장하는 법안이 하원 관문을 넘었다.
안사(ANSA) 통신 등에 따르면 이 법안은 3일(현지시간) 하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이제 상원 표결을 앞두고 있는데, 하원에서 여야가 초당파적인 지지를 보낸 만큼 상원에서도 통과가 확실시된다.
이 법안은 암 완치 판정을 받은 뒤 5∼10년 된 사람이 금융기관, 입양기관 등에 자신의 병력을 알리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의료기술의 발달로 암 완치율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암 병력자들이 불이익이나 차별받는 것을 없애겠다는 취지다.
21세 이전 암에 걸렸던 사람은 마지막 치료 이후 5년, 그 밖의 성인은 이후 10년 내 암이 재발하지 않으면 이 법안을 적용받을 수 있다.
그동안 이탈리아의 암 환자들은 암 병력으로 인해 대출 계약, 보험 가입이 거절되거나 입양 절차에서 배제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이 법안은 또한 금융 기관이 제3자로부터 이러한 정보를 취득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법안을 추진한 최대 야당 민주당(PD)의 마르코 푸르파로 의원은 엑스(X·옛 트위터)에 "많은 사람에게 존엄성과 희망을 되찾아주는 법"이라고 말했다.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지난 6월 암 환자의 '잊힐 권리'를 보장하는 법안의 조속한 의회 통과를 정부가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안토니오 타야니 부총리 겸 외무장관은 이탈리아에는 암에서 회복한 사람이 100만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타야니 장관은 "암을 이겨낸 사람들을 평생 2등 시민으로 낙인찍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유럽에서는 프랑스,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벨기에, 포르투갈 등이 암 완치자의 '잊힐 권리'를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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