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부친 대선캠프에 돈 일부 흘러가" 진술…대통령, 변호인 선임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남미 콜롬비아에서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63) 아들의 부정 금품수수 혐의 사건이 대통령선거 캠프 불법 자금 사건으로 번지고 있다.
'마약 밀매업자 등으로부터 받은 돈 일부가 캠프로 흘러갔다'는 아들의 진술이 공개되자, 페트로 대통령은 곧바로 변호인을 선임했다.
페트로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한 대통령실 명의의 대국민 메시지에서 "저는 대선 캠페인 진행 과정에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정보를 개인적으로 고통스럽게 받아들인다"면서 아들의 폭로로 드러난 의혹을 인정한 뒤 "제 상황을 대변하기 위해 변호인을 선임했음을 말씀드린다"고 썼다.
변호인으로는 마우리시오 파바 루고 변호사가 선임됐다.
페트로 대통령은 "저는 그 누구도 법 위에 있을 수 없으며, 정의는 적법한 절차와 모든 헌법적 보장 속에 공평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재차 강조하고 싶다"며, 향후 검찰 조사가 있을 경우 이에 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파바 루고 변호사 역시 별도의 성명을 통해 "모든 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명확한 사실관계를 밝히기 위해 대통령을 법적으로 대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콜롬비아 검찰은 출처를 알 수 없는 돈으로 부동산 등을 매입한 혐의 등으로 페트로 대통령 장남인 니콜라스 페트로(37)를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니콜라스 페트로와 틀어진 그의 전처, 다이수리스 델카르멘 바스케스 카스트로가 "(니콜라스가) 마약 밀매업자 등 2명으로부터 10억 콜롬비아 페소(3억2천만원 상당)를 부정하게 받았다"고 폭로하면서 불거졌다. 페트로 전처 역시 돈세탁 혐의 등으로 함께 체포됐다.
검찰은 니콜라스 페트로가 자신의 연봉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14억 콜롬비아 페소(5억원 상당)의 고급 주택과 메르세데스 벤츠 승용차 등을 구입한 경위를 캐묻고 있다고 현지 매체인 엘티엠포는 보도했다.
이중 상당액은 마약 밀매업자 등으로부터 받은 돈으로 채웠을 것이라는 게 검찰 판단이라고 이 매체는 전했다.
니콜라스 페트로는 그런데 검찰 조사 과정에서 "받은 돈 일부가 지난해 부친 선거캠프로 들어갔다"고 진술했다. 해당 자금은 선거 당국에 보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해당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할 녹취록과 문서 등을 니콜라스 페트로에게서 넘겨받아 확보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게릴라 출신인 페트로 대통령은 지난해 6월 대선 결선투표에서 기업인 출신 로돌포 에르난데스를 꺾고 콜롬비아 역사상 첫 좌파 정부를 출범시켰다.
뜻하지 않은 스캔들에 휘말릴 위기에 놓인 페트로 대통령은 "모든 형태의 부패에 맞서 평생을 바쳐 싸워온 싸움을 멈출 수 없으며, 정부는 더 나은 콜롬비아를 위한 노력과 헌신을 중단 없이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야당에서 별도의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릴 움직임을 보이는 등 강력하게 대응할 태세이다.
이에 따라 이번 일로 페트로 대통령이 반군과의 평화 협정과 경제 분야 개혁 등 정책 추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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