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지난 4월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의 여동생이 흑인 남성과 침대에 누워 있는 그림을 그린 만평가가 고소당했다고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탈리아 일간지 '일 파토 쿼티디아노'의 만평가인 마리오 나탄젤로는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멜로니 총리의 여동생 아리아나에게 고소당했다"고 밝혔다.
지난 4월 20일 '일 파토 퀴티디아노' 1면에 실린 만평에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목적', '한편, 롤로브리지다 집에서는…'이라는 두 줄짜리 문구 아래 흑인 남성과 백인 여성이 침대에 누워 있는 모습이 그려졌다.
흑인 남성이 "남편은?"이라고 묻자 백인 여성은 "걱정하지 마세요. 그는 온종일 인종 교체와 싸우고 있어요"라고 답하는 말풍선이 달렸다.
아리아나의 남편인 프란체스코 롤로브리지다 농업·식량주권부 장관이 저출산으로 이탈리아가 '인종 교체' 위험에 직면했다고 한 발언을 조롱한 것이다.
만평이 본래 풍자를 목적으로 하는 그림이긴 하지만 장관의 아내가 마치 외도하는 것처럼 묘사한 건 지나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 만평은 멜로니 총리의 분노를 일으켰다. 그는 "만평에 등장한 인물은 내 여동생인 아리아나"라며 "공직을 맡지 않은 그가 이런 수치스러운 암시를 받았다는 점에 죄책감을 느낀다. 이 신문은 단순히 정부를 공격하기 위해 한 여성의 삶을 이용하고 찢어발겼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일 파토 쿼티다이노'는 멜로니 총리 여동생의 소송 소식을 전하며 "기괴하고 위험한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이 신문 편집위원회는 "만평은 어떤 표현의 장르보다 더 넓은 자유의 문턱이 허용돼야 한다"며 "우리는 사법부가 어떠한 범죄 혐의도 적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 신문사의 모든 동료는 나탄젤로에게 연대의 뜻을 전한다"며 "우리는 이 놀라운 결정에 겁먹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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