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만연한 의료계 부패 전방위 척결에 '몸 사리기'
(선양=연합뉴스) 박종국 특파원 = 고강도 사정의 타깃이 된 중국 의료계가 부패의 온상으로 지목된 학술회의를 줄줄이 연기하고 있다고 매일경제신문 등 현지 매체가 7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장시성 난창에서 오는 25일 열릴 예정이었던 '중화의학회 전국 기층 호흡질환 퇴치 학술회의'가 돌연 연기됐다.
산시(陝西)성 시안에서 이달 11일 예정됐던 산시성 의학회 혈액병 학술 연차총회도 취소됐다.
같은 날 저장성 항저우에서 열리기로 했던 '2023 시후(西湖) 호흡치료 대회'도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원만한 개최를 위해서라는 이유로 취소됐다.
그러나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9월에 개막하기 때문에 연기 사유가 옹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밖에도 최소 12개의 규모가 큰 학술회의가 잇따라 취소됐다고 경제 매체 차이롄서가 전했다.
각 지역 병원들은 소속 의료 인력들에 대해 학술회의 참석 상황을 상세히 보고하라며 사실상 회의 참가를 통제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의료계를 겨냥한 사정의 칼날을 피하기 위한 몸 사리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에서 가장 부패한 영역으로 꼽혀온 의료계의 만연한 비리 척결을 위한 사정 당국의 대대적인 사정으로 올해 들어 155명의 공립병원 원장과 서기가 부패 혐의로 낙마했다.
이들은 약품·의료기기 구매 과정에서 리베이트를 챙기거나 병원 공사 발주를 하면서 뒷돈을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의료학계의 학술회의도 검은돈 거래의 주요 통로로 지목돼왔다.
제약회사나 의료기기 업체들이 학술회의 후원금을 내거나 초빙 강사 강연료, 학술회의 참가자 교육비 등의 명목으로 의사와 학자들을 지원하며 유착하는 로비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한 의료업계 관계자는 "제약회사나 의료기기 업체가 자발적으로 후원하기도 하지만, 의사 등 의료업계 종사자들이 학술회의 지원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며 "거절할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는 지난달 21일 교육부, 공안부 등 10개 관계 부처와 화상회의를 열어 향후 1년 동안 '의약 영역 부패 문제 집중 척결'에 나서기로 했다.
위건위 등 6개 부처는 사흘 뒤인 지난달 24일에는 의료업계 부패 척결을 올해 하반기 의료 개혁의 핵심 과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최고 사정기관인 공산당 중앙 기율위원회도 지난달 28일 의약업계 부패 집중 척결을 위한 전국 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 직후인 이달 초 광둥, 저장, 하이난, 광둥 등 지방정부들이 앞다퉈 의료계 부패 난맥상 해결에 집중할 것을 일선에 지시했다.
경제관찰보는 의료계 부패 척결이 내년 6월까지 대대적으로 추진되고,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 도입이나 법률 개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울러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는 지난달 교육, 의료 분야 뇌물 공여자의 처벌을 대폭 강화한 형법 개정안 초안 심사에 착수했다.
한 다국적 의료기기 업체 관계자는 "의료계에 불어닥친 부패 척결 태풍에 의사들이 몸을 사리고 있다"며 "거의 병원을 방문하지 못해 납품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인력 감원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p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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