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호주, 中 공격 교두보 된다" 우려 속 상황 예의주시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올해 들어 관계가 급속히 개선된 중국과 호주 간에 다시 냉기류가 흐르고 있다.
호주가 최근 미국과 핵 추진 잠수함·미사일 개발 협력에 속도를 내면서다.
코로나19 발원지 갈등으로 3년여 경색됐던 양국 관계가 지난 5월 사실상 정상화했으나, 다시 갈등 국면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외신에 따르면 호주는 지난달 29일 자국 브리즈번에서 미국과 개최한 외교·국방장관 2+2(AUSMIN) 회담에서 핵 잠수함 건조 기술 이전과 중거리 유도 다연장 로켓시스템(GMLRS) 등의 공동 생산과 관련해 심도 있게 논의했다.
이 회의에는 미국 측에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호주 측에서 토니 웡 외교장관과 리처드 말스 국방장관이 참석했다.
앞서 지난 3월 미국·호주·영국 3국 정상은 오커스(AUKUS, 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 파트너십에 의거해 2050년대 중반까지 핵 추진 잠수함 8척을 호주에서 건조하고 2030년대 초까지 미 버지니아급 핵잠수함 3∼5대를 호주에 판매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이에 따라 핵잠수함 3척을 호주에 판매하기로 하고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지난달 28일 2+2 회담에 앞서 미국이 호주에 핵잠수함을 판매하는 거래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확인했다. 이처럼 호주는 핵잠수함 보유를 예고한 상태다.
말스 호주 국방장관은 2+2 회담 후 기자회견을 통해 "방산 협력에서 매우 중대한 진전을 이뤘다"고 밝혔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부족해진 155mm 포탄 등 방산 물자는 물론 장거리 공격을 위한 미사일 개발 합의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호주는 오커스 합의로 핵 추진 잠수함을 확보할 수 있게 됐으며, 호주 최북단인 노던 준주(準州) 틴달 공군기지에 미국 B-52 폭격기를 배치할 수 있는 대규모 군사시설 건설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행정부는 인도·태평양 전략 실행을 위해 원거리 작전이 가능하도록 호주를 핵잠수함 보유국으로 만드는 한편 첨단 미사일 등의 공급 기지화하려는 의도를 감추지 않아 왔으며,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그 필요성을 절감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에 중국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결국 중국을 겨냥한 압박 공세로 인식하는 것이다.
실제 중국 군비관리·군축협회는 러시아 에너지·안보연구센터와 함께 지난 2일(현지시간) 내놓은 '오커스 핵 잠수함 협력: 핵 비확산 체계와 글로벌 안보에 대한 위험' 연구 보고서를 통해 오커스를 강하게 비판했다.
두 기관은 2021년 9월 발족한 오커스가 핵확산금지조약(NPT)의 목표와 정신을 심각하게 위반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오커스의 이런 시도가 비핵 국가들의 핵잠수함 보유 경쟁을 유발해 지역·세계 안보가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관변 학자인 중국 외교학원의 리하이둥 교수는 오커스가 핵무기는 물론 재래식 군비 경쟁을 유발할 '시한폭탄'과 '암세포'라는 말로 극단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칼럼을 통해 미국이 호주를 중국에 대항할 기지로 삼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또 첨단 미사일 생산 능력을 강화하고 핵잠수함을 보유하게 될 호주가 중국 본토를 공격할 교두보가 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중국은 호주가 세계 평화와 번영, 지역의 안정을 원한다면 핵잠수함 보유·첨단 미사일 개발의 욕심을 버리고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동참하지 말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과 호주 간 관계 악화 가능성이 작지 않다.
앞서 2020년 4월 스콧 모리슨 당시 호주 총리가 미국·유럽 주요국 정상들과 통화하면서 코로나19 발원지에 대한 국제 조사를 촉구한 것을 계기로 중국은 호주에 무역 보복을 가했다.
중국은 비공식적으로 호주산 석탄·소고기·와인·보리 등 다양한 제품의 수입을 금지했고, 이에 맞서 호주는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등 양국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이런 갈등 끝에 지난해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앨버니지 호주 총리 간 만남으로 화해가 모색됐다.
이어 지난 5월 14일 베이징에서 돈 패럴 호주 통상장관과 왕원타오 상무부장 간 회담으로 경제·무역 관계가 제자리를 찾았다.
중국은 지난 4일 호주를 상대로 2020년 5월부터 부과해온 보리 반(反)덤핑 관세를 철회함으로써 양국 갈등을 사실상 마무리 지었으나, 다시 냉기류가 형성되는 형국이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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