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충돌 피하려는 조치"…필리핀은 중국대사 초치해 공식 항의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남중국해에서 중국 해안경비정이 지난 5일 필리핀의 군용 물자 보급선에 물대포를 발사한 사건을 둘러싸고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네 탓 공방'도 가열되고 있다.
중국은 영유권 분쟁 지역인 남중국해에서 필리핀 선박에 물대포를 쏜 것에 대해 직접적인 충돌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는 주장을 내놨다.
중국 해경국 대변인은 7일 위챗(중국판 카카오톡) 공식 계정에 기자와의 문답 형태로 올린 입장문을 통해 "예로부터 런아이자오(仁愛礁)는 중국 난사군도의 일부분"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런아이자오는 남중국해 스프래틀리(중국명 난사·베트남명 쯔엉사·필리핀명 칼라얀) 군도 내 '세컨드 토머스' 암초의 중국명이고, 이곳을 실효 지배하는 필리핀은 아융인이라고 부른다.
필리핀은 1999년 이곳에 자국 함정이 좌초했다며 해당 선박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10명 안팎의 해병대원을 상주시키고 있지만, 중국은 필리핀이 불법으로 해당 암초를 점거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이번 물대포 사건도 필리핀이 자국 해병대원들에게 보급품을 전달하려다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해경 대변인은 "필리핀은 '모래톱에 좌초된' 군함을 예인하겠다고 여러 차례 약속하고도 군함을 예인하지 않고, 대규모 보수를 통해 런아이자오의 영구 점령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번 조치는 중국의 주권을 심각하게 침해한 것이고 중국과 아세안 국가가 서명한 '남중국해 분쟁 당사국 행동 선언'을 위반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필리핀이 런아이자오를 보수한다는 소식을 접한 뒤 다양한 경로를 통해 선박을 진입시키지 말 것을 요구했지만, 필리핀은 무단으로 선박을 진입시켜 좌초 군함 수리를 위한 물자를 운반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대변인은 또 "중국 해경선은 법률에 따라 이들을 가로막고 경고성 집행 조치를 했으며 반복적인 경고 함성이 효과가 없자 직접적으로 가로막는 충돌을 피하기 위해 물대포를 사용해 경고했다"며 "현장 작전은 전문적이고 절제된 것으로 비난할 여지가 없다"고 맞섰다.
이에 대해 필리핀은 황시롄 필리핀 주재 중국 대사를 초치해 강하게 항의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외교장관이 황 대사를 불러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관한 사진과 영상, 구두 메모 등을 전달했다"며 "우리는 그들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필리핀은 지난 5일 중국 해경이 물자를 보급하고 병력을 교대하는 통상적인 작업을 하려던 자국 군용 물자 보급선을 향해 물대포를 쐈다며 반발한 바 있다.
필리핀 측은 당시 성명에서 "우리 선박을 상대로 과도하고 공격적인 행위를 했다"면서 "중국은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행동에 신중히 처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국제 협약을 위반했을 뿐 아니라 국제상설재판소(PCA)의 판결도 무시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중국도 당시 남중국해 자국 영해에 진입한 필리핀 선박을 쫓아냈다고 발표했으나, 물대포를 쐈다는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중국은 남중국해에 U자 형태로 9개 선(구단선)을 긋고 선 안쪽 90%가 자국 영해라고 고집한다.
이에 2016년 국제상설재판소는 이런 주장이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중국은 지난 2월에도 세컨드 토머스 암초 지역에서 음식과 군용 물자 보급 작업을 지원하던 필리핀 선박을 향해 레이저를 겨냥했고, 2021년 11월에도 필리핀의 군용 물자 보급선에 물대포를 쐈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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