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한국에서 사회적 문제가 된 바 있는 극성 인터넷방송 진행자(BJ)들의 돈벌이를 위한 비윤리적 행태가 중국에서도 골칫거리가 됐다.
8일 중국청년보·신경보 등 매체에 따르면 최근 중국 베이징시 외곽 팡산구의 폭우·홍수 피해지역에서 왕훙춘·류젠민 등 구조대원 두 사람이 숨진 뒤에도 극성 BJ가 활개를 쳤다.
이른바 '왕훙'(網紅)이라 불리는 이들 BJ는 유명을 달리한 두 대원의 주소를 알아낸 뒤 유족을 붙잡고 촬영했다. 조회수를 노리고 자극적인 질문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천하이쥔 팡산구 란톈구조대장은 안 그래도 슬픔에 빠진 유족들을 찾아가 문 앞에서 '생방송'으로 희희낙락 웃는 BJ까지 있었다고 전했다.
신경보는 "두 대원의 유족이 개인이나 조직, 기업 등의 기부금품도 모두 사절했지만, 돈 냄새를 맡은 왕훙들은 조회수를 늘릴 기회를 그냥 보내지 않고 '선의의 기부'라는 명목으로 벌떼처럼 몰려들었다"며 "공공 윤리를 철저히 파괴한 이 행위는 반드시 비난과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피해 지역을 파고든 BJ는 지난달 말 시작된 이번 폭우 초반부터 있었다.
도시 절반 이상이 물에 잠긴 허베이성 줘저우시에서 구조를 돕던 한 자원봉사대원은 자신이 겪은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 대원은 "네 명밖에 못 타는 작은 배를 갖고 '도와주러 왔다'고 한 사람이 있었는데, 운전수와 카메라맨 등을 빼면 구조에는 한 자리만 쓸 수 있는 배였다"며 "(이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우선 카메라 위치를 잡은 뒤 사람을 구하는 포즈를 잡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며칠 전 중국 온라인에는 줘저우 홍수 구조 현장에서 남성 두 명이 한 노인을 데리고 물이 깊은 곳에 가서 마치 사람을 구해낸 것처럼 상황을 조작한 것으로 의심되는 영상이 퍼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왕훙들이 재난 상황에 달려든 일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들은 2021년 허난성 정저우시 홍수 때도 대피하는 주민 행렬을 거슬러 올라가 구호물자를 나눠주는 등 상황을 꾸며내기도 했다고 신경보는 설명했다.
허난성 사례가 문제가 되자 동영상 플랫폼은 재난을 조회수에 이용하는 행위를 엄격히 제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었다.
신경보는 "이런 현상은 왕훙들 사이엔 이제 어느 정도 검증된 길이 됐다"며 "동영상 플랫폼은 적시에 대비책을 가동해 재난·사고를 소비하는 영상의 싹을 잘라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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