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로비=연합뉴스) 우만권 통신원 = 반정부 시위 도중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한 케냐에서 경찰청장이 "야당이 경찰의 폭력을 증명하기 위해 시신을 임대해 기자들을 불렀다"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현지 일간 데일리네이션 인터넷판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케냐에서는 지난 3월부터 정부의 세금 인상 및 신설 등 고물가에 항의하는 시위가 전국적으로 벌어졌다. 현지 경찰 감시단체인 독립 의료ㆍ법률위원회는 시위 도중 지난달에만 전국에서 35명이 경찰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시위를 주도한 야당은 최근 시위에서 경찰이 50명을 살해했다고 밝히고 경찰의 폭력에 희생된 사람들의 영상을 공유했다.
그러나 자페트 코오메 경찰청장은 지난 8일 증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야당 인사들이 경찰의 이미지를 더럽히기 위해 시신을 임대해 갖다 놓고 언론 플레이를 펼쳤다"고 주장해 야당과 유족, 영안실 직원 등의 비난을 샀다.
현지 장의사 협회는 "가족을 잃은 유족들의 슬픔을 무시한 발언"이라며 코오메 청장에게 그 같은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를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야당 거점인 지방 도시 키수무의 안양 뇽오 주지사도 지난달 시위 도중 키수무에서만 16명이 경찰에 목숨을 잃었다며 "경찰청장이 사자의 무덤 위에서 춤을 춘다"며 비판하고 부주의한 발언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야당이 코오메 청장 및 경찰 간부들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반인륜 범죄 혐의로 고소할 것이라고 밝히자 코오메 청장은 "협박"이라며 경찰은 "반정부 시위대와 무력으로 계속 싸울 것"이라고 맞선 바 있다.
한편, 케냐 정부는 최근 폭력 사태에 시달리는 카리브해 국가 아이티에 현지 갱단 소탕을 위해 1천명의 케냐 경찰력을 파견해 다국적 보안군을 이끌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국인 미국은 이 경찰 병력을 승인하는 결의안을 제출할 계획이지만, 일부 아이티 국민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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