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빈치·모네·베이컨·자코메티 등 유명 작품 다수 포함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우크라이나 정부가 서방의 제재 대상인 러시아 올리가르히(신흥재벌) 등이 소유한 예술품 명단을 공개했다고 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가 부패 방지국(NACP)은 러시아인이 소유 중이거나 과거 보유했던 것으로 알려진 300여개 예술품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전쟁과 제재' 포털을 통해 명단을 공개했다.
이 명단에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도운 러시아 갑부 등이 최근 수년간 사고판 그림과 조각 작품들이 포함됐다.
대표적 올리가르히로 꼽히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첼시의 전 구단주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의 1976년도 삼면화 작품, 조각가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베네치아의 여인 Ⅰ' 등 여러 작품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구입한 미술품 가치는 1억6천390만달러(2천16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명단에 따르면 1500년경 그려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살바토르 문디'는 러시아 억만장자 드미트리 리볼로프레프가 구매했다가 이후 되팔았다. 구매자는 확실치 않은데, 무함마드 반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라는 확인되지 않은 보도가 있을 뿐이다.
푸틴 대통령의 측근이자 러시아 다국적 기업 알파 그룹의 공동 설립자인 올리가르히 미하일 프리드만은 2013년 앤디 워홀의 '메릴린 먼로'를 사들였다.
러시아 억만장자 비아체슬라브 캔터, 모델 다리아 주코바, 래퍼 티마티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직접적으로 지원해 제재받은 다른 개인들도 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 밖에도 클로드 모네, 데미언 허스트, 오귀스트 로댕 등 여러 예술가의 유명 작품이 제재 대상 러시아인들의 손에 있거나 거쳐 갔다는 이유로 명단에 들어갔다.
명단에 오른 작품의 가치는 13억달러(1조7천300억원)다. 이 명단은 러시아 지도부를 지지하는 올리가르히들이 그간 축적한 엄청난 부를 보여준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과거 러시아인이 갖고 있다가 현재는 제재 대상이 아닌 사람에게 팔린 작품도 명단에 오른 것은 예술작품들이 제재 대상자들의 돈세탁에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NACP는 이 데이터베이스 구축 목적이 "선량한 예술시장 참여자들이 제재 확인을 쉽게 하고 러시아 재벌들이 이러한 자산을 팔기 어렵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후 서방은 전쟁을 통해 이익을 얻거나 전쟁을 도운 올리가르히 등을 제재하면서 그들이 국외로 재산을 빼돌리는 것을 막기 위한 감시망을 가동하고 있다.
하지만 예술품은 그 특성상 국경을 넘어 당국 몰래 쉽게 거래할 수 있고, 가치가 주관적이어서 가격을 쉽게 부풀리거나 줄일 수도 있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으로 전 세계 골동품·예술품·문화재 시장 가치는 651억달러(약 85조8천억원)로 추산됐다.
NACP는 제재에도 러시아인들이 여전히 예술품을 통해 자금을 숨기거나 세탁하기가 쉽다고 지적했다.
NACP는 "그림, 조각, 보석 등이 제재를 회피하는 구멍으로 이용되고 있다"며 "제재 우회를 방지하고 제재 대상 러시아인의 예술품 자산을 찾아 추가 동결·몰수함으로써 이후 우크라이나로 이전하는 것을 목표로 작업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쟁과 제재 포털은 온라인을 통해 제재받은 러시아인이 다른 예술품을 소유하고 있을 가능성에 대한 제보를 받고 있다.
NACP는 "예술품의 실제 소유자에 대한 공식적인 자료가 없고, 짧은 시간에 소유자가 여러 번 바뀌는 등의 이유로 정보를 업데이트하는 과정이 상당히 복잡하다"고 전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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