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장관 "죽음·파괴 뒤따라"…쿠데타 군부 지원 우려
(서울=연합뉴스) 유철종 기자 = 러시아 민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이 지난달 군부 쿠데타가 일어난 서아프리카 니제르의 혼란 상황을 이용하고 있다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9일(현지시간)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공개된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니제르에서 발생한 일과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 러시아나 바그너 그룹의 선동에 따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용병들은 이 상황을 이용하려 했다"고 말했다.
그는 "바그너 그룹이 지나간 곳마다 죽음, 파괴, 착취가 뒤따랐다"면서 "그들이 나쁜 것 외에 아무것도 가져다주지 않았던 다른 나라들에서의 일이 (니제르에서)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바그너 그룹은 중앙아프리카공화국과 말리를 포함한 아프리카 국가들에 수천 명의 전투원들을 주둔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그너 그룹은 이 국가들에서 광물 자원 개발 사업 등을 통해 이익을 챙기고 있을 뿐 아니라, 그들과 외교·경제 관계를 강화하려는 러시아 정부의 정책을 지원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바그너 용병들이 현지 주민들을 상대로 광범위한 인권 유린을 자행하고 있다는 비난도 제기돼 왔다.
그럼에도 쿠데타 이후 외부 군사 개입 가능성에 직면한 니제르 군부가 바그너 그룹에 지원을 요청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쿠데타 세력에 축출돼 현재 가택 연금 상태에 있는 모하메드 바줌 대통령도 아프리카에서 바그너 그룹의 영향력 확대에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지난주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서 "쿠데타 음모자들과 그들을 지원하는 지역 동맹국들의 공개적인 초청으로 사헬 지대(사하라 사막의 남쪽 주변) 전역이 바그너 그룹을 내세운 러시아의 영향권에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니제르에서는 압두라흐마네 티아니 전 대통령 경호실장이 이끄는 군부 세력이 지난달 26일 쿠데타를 일으켜 바줌 대통령을 축출하면서 정국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바그너 용병들이 니제르에 입국했는지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바그너 연계 텔레그램 채널인 '그레이 존'은 지난 7일 "약 1천500명의 전투원이 최근 아프리카로 파견됐다"고 전해 이들의 니제르 입국 가능성을 시사했다.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8일 텔레그램에 올린 음성 메시지를 통해 니제르 군부 지도자들에 "전화를 걸어 달라"고 요청했다.
프랑스 식민 통치를 받은 니제르에서는 지난달 군부 쿠데타 이후 반(反)프랑스, 친(親)러시아 분위기가 고조됐다고 BBC는 전했다.
cjyou@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