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당국에 '옵트아웃' 방식 AI 정보수집 제안
전문가들 "저작권법 뒤엎는 것…영세 콘텐츠 제작자 피해 우려"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구글이 인공지능(AI)의 정보 수집과 관련해 저작권자가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는 한 정보 수집·활용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는 '옵트아웃(Opt-out·사후 거부)' 방식을 택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구글이 주장한 방식이 AI가 보다 손쉽게 많은 정보를 수집하는 방향으로 저작권법을 뒤엎으려는 것으로, 콘텐츠 제작자들의 저작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구글은 생성형 AI 시스템의 인터넷 정보 수집을 더 폭넓게 허용하는 방향으로 저작권법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을 최근 호주 정부의 AI규제 검토 당국에 제출했다.
구글은 "저작권 있는 콘텐츠를 적절하고 공정하게 사용해 AI 모델에 광범위하고 다양한 데이터를 훈련할 수 있게 하면서 자기 데이터가 AI에 사용되는 것을 원치 않는 주체에는 실행가능한 옵트아웃을 지원하는" 저작권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호주 정책입안자들에게 요구했다.
구글이 AI시스템의 정보 처리와 관련해 '공정한 이용'에 대한 예외를 인정해 달라고 호주 당국에 요구한 적이 있지만 구체적으로 옵트아웃 방식을 제안한 것은 새로운 내용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옵트아웃은 정보 주체가 자신의 정보를 수집·활용하는 데에 명시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히기 전에는 정보 이용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해 처리하는 방식이다.
정보 주체의 동의를 먼저 받아야 정보를 수집할 수 있게 한 '옵트인(Opt-in·사전동의)' 방식과 달리 옵트아웃은 동의 없이 먼저 정보를 활용하고 당사자가 거부 의사를 밝혀야 중단한다는 점에서 정보 주체의 결정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여겨진다.
옵트아웃 방식이 어떻게 작동하게 되느냐는 질의에 구글 대변인은 웹사이트에 검색엔진의 접근 허용 여부를 적어두는 표준 규약인 'robots.txt' 파일과 비슷한 형태로 웹 표준을 만드는 방안을 논의하기를 원한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구글이 AI 정보 수집에 비용과 노력이 덜 들어가는 방향으로 기준을 세우려 한다며 옵트아웃 방식은 저작권 침해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토비 머리 멜버른대 컴퓨팅·정보시스템 교수는 "그들(구글)은 콘텐츠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없도록 조기에 기준을 만들어 놓으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UNSW) 법과 정의 전공 수석 강사인 캐일린 맨워링은 "유용한 결과물을 도출해내려면 수백만개의 데이터 포인트가 필요한데 이는 많은 사람의 저작권 침해를 수반하는 (정보) 복제가 일어난다는 얘기"라며 "저작권자가 보유한 정보를 복제하려면 옵트아웃이 아니라 사전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맨워링은 "그들(구글)의 제안은 예외가 적용되는 방식을 전면적으로 갈아엎자는 것"이라며 "힘 있는 기관들도 저작권을 빼앗겼으므로 계속 이슈가 되겠지만 현재로서는 힘이 없는 기관들의 저작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우려했다.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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