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원 "62%는 5대 글로벌 숙박플랫폼 대상"
'눈속임' 가격표시도 지적…소비자 분쟁 불씨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A씨는 지난 3월 글로벌 숙박 예약 플랫폼에서 해외 호텔을 예약했다가 사정이 생겨 당일 취소를 요청했다. 숙박 예정일까지 약 3개월가량 남아 있는 시점이었다.
하지만 업체 측은 취소 불가 약관을 언급하며 대금 환급을 거부했다. A씨는 부당하다며 항의했으나 수용되지 않았고, 결국 한국소비자원에 피해 구제를 요청했다.
소비자들이 국내외 여행 시 많이 이용하는 글로벌 숙박 플랫폼의 부당한 환불 지연·거부 행위가 계속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10일 소비자원에 따르면 2019∼2022년 4년간 접수된 숙박 관련 국제거래 소비자 상담 건수는 9천93건에 달했다.
사유별로는 환불 지연·거부가 5천814건(63.9%)으로 가장 많았고, 위약금·수수료 부당 청구 및 가격 불만(1천214건·13.4%), 계약불이행(753건·8.3%) 등의 순이었다.
특히 전체 상담 건수 가운데 부킹닷컴, 호텔스닷컴, 익스피디아, 트립닷컴 등 5대 글로벌 숙박 플랫폼과 관련된 게 5천649건으로 62.1%를 차지했다.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은 계약 내용이 적힌 예약 확인서 등을 받은 날로부터 일주일 이내에는 청약 철회가 가능하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이들 업체는 자체 규정을 우선해 A씨 사례처럼 취소 시점이나 숙박 이용일로부터 남은 기간과 관계 없이 예약 취소나 환불이 쉽지 않다고 소비자원은 밝혔다.
아울러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는 천재지변으로 숙박업소 이용이 어려울 시 숙박 당일 예약을 취소해도 대금을 환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이를 지키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른바 '눈속임 상술'도 문제로 지적된다.
소비자원이 이들 업체의 판매 가격 표시 현황을 조사해보니 5개 업체 중 트립닷컴을 제외한 나머지 4개 업체는 예약 첫 페이지에 세금·수수료 등을 제외한 금액만 제시하거나 추가 요금 또는 최종 결제 금액을 작은 글씨로 병기했다.
이 때문에 소비자가 세금·수수료 등이 포함되지 않은 가격을 최종 금액으로 잘못 알고 결제한 뒤 분쟁에 휩싸이는 사례가 잦다.
실제 최근 1년간 글로벌 숙박 플랫폼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500명을 대상으로 한 소비자원 설문조사를 보면 57.2%(286명)가 최종 결제 단계에서 최초 표시 가격 이상의 금액이 청구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소비자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글로벌 숙박 플랫폼 사업자에게 판매가격 표시 개선, 국내법의 소비자 보호 규정을 반영한 거래 조건 개정, 소비자와의 분쟁 처리 권한이 있는 국내 지점 설립 등을 권고할 예정이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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